▲ 김두수 정치부장(서울) dusoo@ksilbo.co.kr

경상일보

검고 누런 얼룩 털에 날카로운 눈매와 발톱. 근육질로 단련된 굵고 탄탄한 허벅지. 금방이라도 잡혀먹을 것만 같은 날카로운 이빨. 위로 말려 치켜올려진 날선 꼬리 등.

환상속에 그려진 밀림속의 호랑이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아이들은 ‘종이호랑이’를 보고도 울음을 뚝 그쳤다. ‘호랑이 야화’의 그 옛날, 가장 무서웠던 권력기관은 역시 중앙정보부(중정)였다. 그때 밀림속의 호랑이와 중정은 어디엔가 닮은 데가 있었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또는 친북발언을 한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간 곳이 중정이었다. 그런 중정이 50여년간 시대적 흐름과 지도자가 바뀌면서 국가안전기획부에 이어 국가정보원으로 개명됐다.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으로 자기매김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YS문민정부에 이어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오늘날 박근혜 정부에 이르까지 국정원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졌다. 친북·용공분자가 아닌 이상 국정원을 두려운 존재로 보는 사람은 없다.

그때의 중정이 ‘무서운 호랑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국정원은 ‘국민친화적 호랑이’로 업그레이드 전환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 정치적 논란을 불러온 사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원이 최대위기에 몰린 시점은 지난해 12·19 대선당시 이른바 ‘댓글’ 의혹이다. 정치권은 이때부터 국정원에 융단폭격을 가해왔다. 국정조사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결과물은 없이 논란만 증폭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내부 역할까지 세상에 까발려졌다. 심지어 국정원 입구에서 ‘가짜망원경’으로 퍼포먼스 시위의 진풍경도 벌어졌다. 밀림속의 호랑이가 동네 강아지로 추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집단을 감시하는 최고 정보기관이지만 아이들조차 등에 올라 ‘동네북’이 되고 있는 있는 형국이다.

작금의 이같은 현실의 이면엔 국정원에 대한 정치권의 정략적 접근과 무관치는 않다. 하지만 국정원 또한 책임에서 완전 자유로울 순 없다. 댓글의혹 등 이른바 ‘국내 심리전’은 이번을 계기로 확실하게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를 스스로 마련해야 할 때다. 관련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이석기 사건’이 터져 연장선상에서 ‘물타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댓글 의혹 규명’의 물타기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팩트는 ‘이석기=현직 국회의원 신분의 내란음모 의혹의 핵심’이라는 데 있다.

이에 대해 북한 김정은 집단은 어떠한가? “우리(북한)와 이석기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딱 잡아떼고 있다.

이 지점에서 여의도 정치권은 오랫만에 정신을 차리는가 싶었다. ‘이석기’ 등을 국회로 끌어들인 정치권의 책임은 그렇다고 치자. 문제의 심각성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면서도 핵심은 국내파트 폐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주장대로 국내 파트를 없애면 어떻게 될까?

쾌재를 부르는 쪽은 첫째, 북한 김정은 집단과 국내외 종북·간첩들일 것이다. 제2, 제3의 이석기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데도 말이다. 둘째, 끊임없이 독도를 침탈하려는 일본과 한국내 ‘친일파’ 등이 될 것이라고 본다.

국내 파트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석기 사건’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많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동안 일본의 독도침탈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일본의 중장기 독도 노림수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국내외 정보수집은 물론 국정원 차원의 전방위 대처 필요성을 절감한 적도 있다. 일본의 극우 정치인과 독도침탈 세력들이 이미 국내까지 침투해 독도를 흔들려는 사건도 있었다. 뿐 만 아니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이슈화 한 뒤 국제사법재판소로 몰고가려는 음모 또한 예사롭지 않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국내에서 이에 동조하는 일부 ‘친일세력’도 있다. 특히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노림수에서부터 국내산업 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는 산업스파이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같은 관점에서 정치권이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를 시도하는 것은 결국 국정원의 대북한 무장해제와 진배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