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는 9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8시24분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 김성곤 윤후덕 의원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과 함께 박 전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문 대표 일행은 이에 앞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도 각각 방문해 추모했다.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당을 포함해 당 대표가 직접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지만, 당 대표가 된 이후엔 참배하지 않았다. 문 대표도 18대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한 바 있다.

문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두 분 묘역 참배 여부를 둘러싸고 계속 갈등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갈등을 끝내고 국민통합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 과를 비판하는 국민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그 분들의 공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면서 "이런 평가의 차이는 결국 역사가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정부를 향해 "진정한 국민통합은 묘역 참배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통합은 역사의 가해자 측에서 지난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에게 진솔한 사과를 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해 피해자도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해와 통합이 이뤄진다"며 "저는 박근혜정부가 그런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길로 가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가장 통합을 깨뜨리는 현저한 사례가 참여정부·민주정부 10년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6·15, 10·4 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지 않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국민통합을 깨뜨렸고 외부적으로는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이·박 전대통령 참배를 두고 신임 지도부 간 의견이 엇갈렸던 데 대해 "어제 밤늦게 전당대회가 끝났기 때문에 당내에서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아직까지 그에 대해 다들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현충원 참배 일정엔 당권을 놓고 문 대표와 경쟁한 박지원 의원은 불참했다. 이인영 의원은 뒤늦게 참석했다. 신임 최고위원 가운데 주승용 정청래 오영식 최고위원은 참석했지만, 전병헌 유승희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 대표 보다 먼저 현충원에 도착해 일행을 맞았으나 다른 일정 때문에 참배 일정을 마무리짓지는 못했다. 안 전대표는 이날 문 대표와 만나 "당의 혁신과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도와달라. 꼭 함께 해주셔야 가능하다"고 답했다.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이 새 지도부 취임 첫 일정에 전 의원과 당직자의 동참을 권했으나 이날 참석한 의원과 당직자는 총 50여명 정도에 그쳤다. 이들 가운데 문 대표와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김성곤 윤후덕 송호창 의원 등 6명만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안 전 대표는 박정희 묘역 불참)

문 대표는 방명록에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썼다. 현충원 참배를 마친 문 대표는 국회로 돌아가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 김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