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최고위원, 문재인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주승용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은 9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여권이 '종북(從北)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과 관련, "종북몰이 고질병이 도졌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여권의 종북몰이 선동이 한미동맹은 물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새정치연합의 이같은 대응은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여권의 종북 공세가 지속될 것을 우려해 이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던 당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자, 긴장하는 모습도 역력해 보인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같이 갑시다'란 (리퍼트 대사) 말처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같이 갈 생각인데,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은 같은 길이 아니라 종북몰이라는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리 당은 (범인인) 김기종씨와 같은 극단주의를 인정치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과 같은 극단주의에도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주 최고위원은 "박근혜정부는 민생과 안전에는 무능하고 공안통치와 종북몰인에만 유능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을 '종북좌파들에 의한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을 거론, "미국에서도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공격'이라는 단어로 톤다운하고 '개인일탈'이라며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자꾸 한미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조장하는 발언은 국익을 위해 좋지 않다"고 성토했다.

정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은 아무리 4‧29 재보선에 대한 눈앞의 이익에 급하다 할지라도 국익을 해치는 듯한 발언을 자제하고 종북숙주라는 등 과도한 종북몰이에서 한시바삐 헤어나오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빌미로 기다렸다는 듯 새누리당의 종북몰이 고질병이 도졌다. 제1야당에 대해 종북 숙주를 운운하는 막말 정치공세를 하는가 하면 집권당 대표가 현재 수사중인 사건을 종북 좌파에 의한 한미동맹을 깨려는 시도라는 식으로 간접 음해하는 태도는 결코 옳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은 구태하고 선거를 의식한 종북몰이 행태를 중단하라"고 날을 세웠다.

서영교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당의 '종북테러' 규정에 "황당한 소리다. 한국 제1당인 여당이 종북테러라며 부추기는 방향이 있다. 새누리당이 저렇게 이야기하는 건 정치적 공세"라며 "이것을 야당과 연결하려고 하는데, 많은 국민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새누리당은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혜영 의원도 이날 MBC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일각에서) '엄청난 종북세력에 의한 테러'로 몰아가는데 한국은 '테러청정국' 아닌가"라며 "한국에 북과 연결된 테러조직이 활성화돼있다고 알려지는 게 한미동맹이나 국익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내에선 일부 여론조사에서 5%P 가깝게 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당혹스러워하는 표정도 엿보인다. 여론조사 업체인 '리얼미터'가 9일 발표한 3월 첫째주(2~6일) 정례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4.8%P가 하락한 28.1%인 반면 새누리당은 2.2%P가 상승한 37.3%를 기록했다.

주 최고위원이 회의에서 "새정치연합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권에 공세의) 빌미를 주는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생떼에 어쩔 수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이 국민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결코 오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다만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리퍼트 대사 사건은 파급이 큰 사건인 만큼 (지지율 하락과) 관련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지만, 직접 지지율과 연결시켜서 볼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