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 사무실에서 4.29 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 출마 발표를 마친 뒤 발표문을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고 있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에 속한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4·29일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서울 관악을 선거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에 합류했던 정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자신의 싱크탱크인 '대륙으로 가는 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악을 선거는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과의 한판 대결"이라며 "저는 저를 도구로 내놓고 정면승부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의 가세로 당초 오신환 새누리당,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간 양강구도로 점쳐졌던 서울 관악을 보선은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13대 총선 이후 지난 27년간 야권의 독무대였던 관악을 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야권 표분산으로 인한 어부지리를 기대하게 됐으며, 관악을을 당선권으로 분류했던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재보선 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

여론조사기관 휴먼리서치가 지난 21~22일 관악을 지역 유권자 702명을 대상으로 전화자동응답시스템(RDD/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 응답률 1.63%) 결과, 3자 대결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38.4%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정 전 의원이 28.2%로 오차범위내 2위,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24.4%로 3위에 머물렀다.

국민모임측은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정 전 의원이 오신환 새누리당,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에 비해 인지도 면에서 월등히 높은 데다 관악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출향민들의 친노(친노무현)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정 전 의원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정태호 후보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국민모임은 또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정의당과 노동당 등 진보 정당들과의 연대를 성사시킬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같은 여론조사에서 다자 대결시 정 전 의원은 21.3%를 얻어 오 후보(34.0%)에 밀려 2위를 기록했지만, 이동영 정의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10.7%)을 합산할 경우, 오차범위 내의 접전이 가능하다.

이를 감안한 듯 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 땅의 수많은 서민과 약자, 이 분들과 연대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가난하고 힘없는 보통사람이 뭉치면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진보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진보정당과의 연대에 있어선 일부 진보정당이 정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원외 진보정당인 노동당의 강상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 전 의원의 관악을 출마선언으로 진보결집 논의에 난관이 조성됐다"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의당은 "호불호를 논하지는 않겠다"(박원석)고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출범 50일을 갓 넘은 문재인 대표 체제의 중요한 시험대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관악을 보선 결과는 문 대표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와 정 전 의원은 각각 18대, 17대 대선후보를 지냈다는 점에서 단순히 지역구 한 석 그 이상의 의미를 함의한다.

문 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구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인근에 있는 경로당을 방문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의원의 출마로 여기 관악을 선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그것(정 전 의원의 출마)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상당한 득표력을 가진 정 전 의원의 등장으로 야권 표분산에 따른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후보가) 많이 나오면 선거는 구도싸움이니 새누리당이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김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