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분열 양상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당·청 사이의 충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연일 계파 진영 간에 대립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힘겨루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모습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당·정·청 간 혼선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거나 당내 책임공방과 갈등으로 가서는 안되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수습을 시도했지만 갈등 양상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당장 비박(非박근혜) 중진인 이재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들고일어났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유승민 원내대표를 코너로 몰고 있는 친박계와 일부 최고위원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메르스는 뒷전에 놓고 당청 간 내분이나 일으키는 이 정부가 생각이 있는가"라고 청와대를 향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유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김태호·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사태가 이렇게 됐으면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야 하는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을 원내대표가 단독으로 처리했고, 최고위에서 추인을 안한 것이냐.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에게 위임을 하지 않았나. 공동책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역시 "여당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이지 왜 유 원내대표 혼자만의 책임인지 되묻고 싶다"며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에서 책임공방을 하는 것 자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한 "국가 역량을 다 모아도 부족할 시점에 당청 간 갈등 모습은 국민 불안을 더 가속화시키는 무책임 정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 파문 확산에 발언을 자제하던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계속되는 청와대의 공격에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당청 협의 회의론'이 흘러나온 것과 관련해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응수했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공무원연금법 처리가 안되도 좋으니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하지 말라는 뜻을 원내지도부에 전했으나 원내지도부가 이를 당내에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그 이야기는 잘못된 이야기"라며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기 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적극 반박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던 친박계와 일부 최고위원들은 물러서지 않고 거듭 유 원내대표를 코너로 몰았다.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 사퇴론 불지피기에도 재차 나섰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이미 정략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순진했다.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는 괴물법이 탄생했다"고 여야 협상 과정에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원들도 연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사태의 본질은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다 아니다는 문제가 아니라 당청 관계의 문제"라고 유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도 "그 전에는 몰랐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헌법의 근본을 흔들고, 국가의 근간을 흔든 문제에 대해 만약에 잘 몰라서 처리했다면 더 논의를 하더라도 바로 잡는 것이 맞다"고 재논의를 촉구했다.

전날 유 원내대표 사퇴론을 처음으로 꺼내들었던 친박계 이장우 의원 역시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이 집권여당과 정부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김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