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재의 요구)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새누리당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로 돌아오게 될 국회법 개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이 과정에서 불거질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론을 어떻게 정리할지 등을 놓고 당내에서 단일한 입장을 정리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친박(親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내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국회법 개정안 사태가 당내 혼란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격랑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친박계의 기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거부권 행사 이후에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다. 지금은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거부권 문제를 신중하게 결정하실 것이고, 만약 거부권이 행사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원내대표가 책임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거취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 안팎에서 김태호·김을동 최고위원과 홍문종·박민식·홍철호 의원 등 친박계와 비박(非박근혜)계를 포함한 여러 의원들과 두루 접촉하는 모습이 목격돼 거부권 행사 이후 대응책을 놓고 친박계가 세규합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 이정현 최고위원 역시 이날 당내 중립 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중 접촉을 갖고, 거부권 행사가 정당한 것이며, 국회법이 돌아올 경우 이를 재의에 부치지 말아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당청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지 않고 계류시켜 자동폐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중론이지만, 일부 친박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원내대표 책임론에 대해선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중재역을 자임한 김무성 대표가 원내대표 책임론을 차단해 '거부권 수용 및 원내대표 재신임'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데, 유 원내대표를 향한 친박계 내부의 반감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박 내부에선 비단 국회법 사태뿐 아니라 유 원내대표 취임 이후 곳곳에서 당청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 원내대표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권위 있는 헌법학자들이 명백히 위헌이라고 말할 정도로 위헌적인 법률이기 때문에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당연히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대통령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 책임론에 대해선 "당 내에서 이번에 위헌적인 국회법을 통과시키고 여러 가지 논란을 야기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또는 메르스 사태, 경제도 안 좋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있더라도 그냥 덮고 넘어가자는 분들도 있다"며 "당 내의 중지를 모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친박계 내부에서도 원내대표 사퇴로까지 사태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의견들도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선 "내일 국무회의가 열리는지, 거부권이 행사될지 어떻게 될지를 잘 몰라서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렵다"며 원내대표 책임론에 대해서도 "말을 안하는 게 온당한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 역시 국회법을 재의에 부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당 화합이 중요하다.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박,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해결책을 모색 중인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국회법 거부권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언급하지 않겠다"며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도 관련 질문을 받고 실제 거부권이 행사되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침묵모드를 이어갔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보기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신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법도 있고, 그렇게 되면 다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를 하면 그 때 (재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서청원 최고위원은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날 때까진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모르니 정부가 사실상 법을 인정하는 건데 그런 방법을 취하겠느냐"고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의화 의장은 전날 유승민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가진 것으로 이날 뒤늦게 확인됐다.

또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전날 여의도 모처에서 별도의 회동을 갖고 국회법 개정안 사태 등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국회법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긴박한 움직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 김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