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 징용의 한이 서린 나가사키(長崎)현의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전경.

 
 옛 조선인 강제징용이 이뤄진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판가름나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가 28일 독일 본에서 개막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의 최대 쟁점은 내달 3~4일께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이 명시되는지 여부다. 또 어떤 방식으로 명시될지도 관심사다.

한일 양국은 그간 이 문제를 놓고 외교 당국 간 협의를 진행했으며 최근 한일수교 50주년 계기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합의점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의 회담 후 "세계유산 등재 추진 문제와 관련해 양국간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사항, 특히 강제징용의 표기 방식을 놓고 최종 합의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내달 3일이 되기 전 전격 타결이 이뤄질지 여부가 관심사다.

최종문 유네스코 협력대표는 지난 23일 도쿄에서 신미 준(新美潤)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과 만나 양국 외교수장이 합의한 큰 틀을 바탕으로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등재 결정문(Decision)에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강제노동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는 방식을 유력한 합의점으로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명시될 내용의 수위와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도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양국은 강제징용 사실을 결정문에 포함하는 방식, 추가 문서를 함께 제출하는 방안, 현장 표지판이나 팸플릿에 명시하는 방안,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에 기재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과 나선화 문화재청장을 공동 수석대표으로 외교부, 문화재청, 전라북도·충청남도 등 관련 지자체, 세계유산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정부 대표단을 꾸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 파견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표단의 수석대표인 조 차관이 독일 현지에서 일본과 막판 협상을 통해 최종 타결을 도출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해 주목된다.

한편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선 일본 근대산업시설 외에도 우리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총 38개 유산들의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