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가 다음달 1일부터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하지만 그 어느 해보다 험로가 예상된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야당을 중심으로 지난 4년간을 총정리하는 국정감사를 준비중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재획정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매년 반복되는 법안 전쟁도 또다시 반복될 전망이며 박근혜 정부가 하반기 최대 국정과제로 분류한 노동개혁 문제도 정기국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10월 말부터 시작될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는 여야의 대립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 심사에서는 법인세와 R&D 세액공제, 세입확충 방안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 경제활성화법 vs 경제민주화법

여야가 우선 충돌할 지점은 법안이다. 매년 갈등을 지속하는 부분이지만 올해도 쉽게 흘러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가 추진하는 각각의 중점 법안이 대치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이번에 기필코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법안은 경제활성화 3법으로 불리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다.

새누리당은 의료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 인프라 구축 여건 완화를 담은 관광진흥법 등은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법안이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점도 새누리당이 정기국회에서 이들 법안 처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정부가 이들 법안 처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 여당의 방침이다.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다.

여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이들 법안들이 경제활성화가 아니라 대기업과 슈퍼부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야당에서는 공공의료를 훼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무게를 두고 있는 법안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최저임금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등으로 경제민주화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노동개혁이 먼저냐, 재벌개혁이 먼저냐

새누리당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시한을 올해 정기국회로 규정하고, 노동개혁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노동시장 선진화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인제)를 통해 9월초 노동개혁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 정기국회 내에 입법을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법안의 핵심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해고요건 완화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을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정년은 연장하되 임금을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만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청년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노동계가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에 대응해 '재벌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우선 새정치연합은 당내 경제정의·노동민주화 특위를 중심으로 재벌 개혁에 날을 세우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 등을 정기국회에서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새정치연합은 또한 올해 국정감사에서 재벌개혁 차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국감 증인대에 불러세운다는 방침이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경제 강자 위주의 정책을 경제 약자와 서민을 최우선하는 정책으로 전환시키겠다"며 "이를 위해 재벌개혁과 조세정의,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관련법을 개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법인세 인상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결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간 단골 공방 메뉴였던 법인세 인상 문제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처음으로 4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뚜렷한 세입확충 방안이 없는 한 야당이 법인세 인상 카드를 쉽게 접지 않을 것이 분명한 탓이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세수 효과가 1조1000억원 가량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세입확충안을 놓고 여야간 법인세 인상 공방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과연 누가 서로의 논리를 깰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 논리의 근거로 박근혜 정부 들어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들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매년 세수결손을 추경으로 막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2013년 추경과 올해 추경에서 매번 국채를 발행해 세수결손분을 막았는데 그 규모는 무려 17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는 579조5000억원 가량으로 GDP 대비 37.5%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국가채무비율 35.7% 보다 1.8%p 높아진 수치다.

따라서 야당은 이같은 세수결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야당은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안법도 개정해 재벌의 비과세 감면 지원제도를 축소하고 연간 3조원에 육박하는 연구개발(R&D)비 세액공제 규모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당의 입장은 다르다. 법인세 인상은 곧 경제활성화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 부분은 비과세 감면제도 축소와 강력한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 동안의 비과세 감면으로 최저한세율이 상승했고 법인세를 인상할시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야당의 법인세 인상 주장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활성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진다면 세수결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며 법인세 인상은 그 이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 김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