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연구실'의 이수경 대표는 양국 지식인이 학술회의에서 바람직한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한 내용을 보완해 '성심교린에 살다'란 책을 출간했다.

도쿄가쿠게이대 이수경 교수 작년 9월 학술회의 내용 편저
"보편적 인류사 가르치고 시민교류 확대해야"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지식인이 제시한 다양한 제언을 담은 책이 나왔다.

일본 도쿄가쿠게이(東京學藝)대학의 이수경 교수는 지난해 9월 이 대학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지식인 대화의 장'이란 주제로 열렸던 학술회의 발표내용을 보완해 편저한 '성심교린(誠心交隣)에 살다'를 도쿄에서 출간했다

이 교수는 "학술회의 개최 후 내용을 책으로 엮어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리자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며 "관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에 힘입어 내용을 가다듬고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심교린이란 제목은 진실한 마음으로 교류하며 다문화공생을 지향하자는 일본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의 주장에서 빌려왔다"며 "양국은 변할 수 없는 '이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 서로 속이지 않고 싸우지 않으며 진실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책에 실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하여'라는 논문에서 "양국은 글로벌시민과 다문화공생을 주요 정책으로 삼은 역사교육을 표방하면서도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으로 같은 역사적 사실을 놓고도 의견을 달리해 우호관계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역사교과서 등에서 민족우월주의가 아닌 보편적 인류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책에는 한일강제병합에 실세로 움직였던 헌병사령관 아카시 모토지로(明石元二郞)의 손자가 학술회의에 참석해 조부가 체포한 조선 의병대장 허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와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에 대한 바람을 밝힌 내용도 담겼다.

한국교원대의 허수미 교수는 양국에는 혐한(嫌韓)·반일(反日) 정서가 있지만 실제 교육에서는 객관적인 역사인식의 틀에서 양국의 역사를 소개하는 것이 주류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책의 감수를 맡은 와시야마 야스히코(鷲山恭彦) 도쿄가쿠게이대 전 총장은 헤겔의 국가론을 인용, 국가와 시민사회의 이원적 분열은 근대의 특징인데 양측이 일체화할 때 폭주가 벌어져 전쟁 전의 일본처럼 나라를 멸망시키게 되므로 입헌주의의 헌법에 의한 사회적 측면에서 국가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책은 한일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재일동포의 존재 가치와 활용에 대한 논의도 소개하고 있다.

은용기 재일한국인법조포럼 변호사는 '재일동포를 배경으로 한일관계 발전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권력에 저항하며 적극적인 한일 우호관계를 주장했던 인물을, 시미즈 고우스케(淸水耕介) 류코쿠(龍谷)대 교수는 성공적인 양국 시민의 교류 사례를 각각 소개했다.

다치하라 쇼이(立原省一）도서신문 편집장과 송승희 열린사이버대학 교수는 "역사인식 문제로 더 복잡하게 얽힌 한일관계를 푸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관용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교류가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