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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일본과 반쪽짜리 세계유산
독도신문  |  dokdotime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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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1.17  10: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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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강제노역 알리겠다' 약속 아직 안 지켜
'조선인 징용' 사도광산까지 세계유산 추진 논란
 
   
▲ 사도 광산 갱도
 
"군함도뿐만 아니라 사도(佐渡) 광산도 문제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이 강제 노역한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던 2015년 무렵 한 역사 연구자가 기자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군함도를 찾아가서 유람선업체 직원에게 '왜 조선인 강제 노역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느냐'고 가이드 투어 내용에 관해 묻거나, 일본 외무성 혹은 나가사키(長崎)시가 군함도의 역사를 과연 제대로 알릴 것인지 동향을 취재하던 시절이었다.
 
2015년 6월 5일 일본 나가사키현 서쪽 바다에 있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에서 방문자들이 군함도에 관해 현지 여행업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군함도는 치솟는 불길 같은 이슈였고, 니가타(新潟)현에 있는 사도 광산은 담뱃불 정도의 상황이었다.
 
일본은 강제 노역을 포함한 전체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릴 수 있었다.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을 세계유산에 올리기로 결정한 2015년 7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토 구니(佐藤地) 당시 유네스코 주재 일본 대사는 일본 정부가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7월 1일 나가사키시 인근 해상에서 군함도가 보인다.
 
그는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하라라고 권고한 직후인 2015년 5월 6일 요미우리신문(왼쪽 아래)과 산케이(産經)신문(오른쪽 아래)에 군함도 등과 관련한 여행 상품 광고가 실려 있다.
 
 
군함도 등에 관해 안내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 관리자인 일본 관변단체 산업유산국민회의가 운영하는 '군함도의 진실'이라는 웹 사이트에는 8살 때부터 하시마에 살았다는 일본 남성(1933년생)이 "조선인이 훨씬 좋은 것을 먹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증언 영상'이 있다.
 
그는 "(조선인은) 일한('일해서 번'의 의미) 돈으로 나가사키에 가서 암시장 같은 곳에서 그것(먹을 것)을 사서 (군함도로) 돌아왔다. (중략)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월급을 줬으니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 관계자들이 2020년 5월 31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총무성 제2청사 한쪽에 마련된 산업유산정보센터 앞에서 개관을 기념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여러 연구나 강제 동원 피해자의 증언에서 확인된 것과는 동떨어진 발언이다.
 
이 남성은 일본 패전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조선인 강제 노역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산업유산국민회의 측은 이런 영상을 비롯한 여러 게시물 등을 통해 일제가 수많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가혹하게 부렸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일본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업유산정보센터 등을 점검하고 작년 7월 31일 자로 내놓은 결정문에서 일본의 '먹튀'를 꼬집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021년 7월 31일자로 내놓은 결정문에 군함도를 비롯한 세계문화유산에 관해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동원 등을 제대로 알리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그들의 의지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일하기를 강요받았다는 것과 일본 정부의 징발 정책에 관해 이해하도록 하는 조치" 등 약속을 이행할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군함도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고 6년여가 지난 후 '담뱃불'은 집을 태우고 남을 정도의 화재(火災)로 변하고 있다.
 
조선인이 대거 동원돼 강제 노역한 사도 광산까지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조 가즈오(中條一夫) 주한 일본 공보문화원장이 2021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항의했다.
 
일본 문화심의회 세계문화유산부회는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할 일본의 후보로 선정한다고 지난달 28일 결론을 내렸다.
 
문화청이 "문화심의회 세계문화유산부회에 의한 세계문화유산 국내 추천 후보 선정은 추천 결정이 아니며, 이를 받아서 앞으로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으나 그간의 관행을 보면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 추천을 보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필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을 세계유산으로 만들고자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명시적인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니가타(新潟)노동기준국이 작성한 공문서(사본)인 '귀국 조선인에 대한 미불임금채무 등에 관한 조사에 관해'(우측 붉은 네모)에 1949년 2월 25일에 1천140명에 대한 미지급 임금(미불임금)으로 23만1천59엔59전(왼쪽 붉은 네모)이 공탁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도 광산에 동원된 조선인 규모를 파악하는 사료 중 하나다.
 
만약 일본이 사도 광산을 역사의 교훈을 직시하는 재료로 삼는다면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유네스코가 중시하는 '뛰어난 보편적 가치'의 구현에 기여할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1995년 발표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 대해 매우 큰 손해와 고통을 줬다. (중략)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고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사도 광산이 일제가 식민지 민중의 고혈을 짜낸 현장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소개하면 일본 정부가 계승한다고 누차 밝힌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을 재확인하는 유산이 될 수 있다.
 
2016년 7월 1일 일본 나가사키(長崎)시 인근 해상을 이동하는 배에서 나가사키조선소의 자이언트 캔틸레버(cantilever) 크레인(1909년 설치)이 보인다. 이 시설물은 군함도와 함께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나가사키조선소도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이다.
 
하지만 일본은 역사적 과오를 마주하기보다는 이를 감추려는 조짐이 보인다.
 
니가타현과 사도시가 문화청에 제출한 사도 광산 추천서에서는 대상 기간이 에도시대(1603∼1867년)까지로 한정돼 일제 강점기가 제외됐다.
 
만약 일본 정부가 강제 동원의 역사를 배제한 상태로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면 유네스코는 반쪽짜리 유적을 또 세계유산으로 인정할지, 혹은 헌장에서 중요성을 확인한 인간의 존엄이나 객관적 진리 등의 가치를 옹호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이미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는 유네스코가 일본을 다시 신뢰할지가 궁금해진다.
 
일본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분담금을 많이 낸다(2020년 기준, 일본 외무성 발표)는 점에 신경이 쓰이기는 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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