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북한이 닷새 전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신형이 아닌 기존의 '화성-15형'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29일 공식 확인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북 주장 화성-17형을 화성-15형으로 평가하는 근거'라는 설명과 함께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지난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을 고각으로 쏘아 올린 뒤 이튿날 신형인 화성-17형이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화성-15형'을 쐈으면서 '화성-17형'을 발사한 것처럼 기만했다는 게 한미 군 당국의 평가다.

 

국방부는 그 이유에 대해 "지난 16일 (화성-17형)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안정을 위해 최단 시간 내에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 2017년 (이미 발사에) 성공해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순안비행장에서 '화성-17형'을 발사했지만, 고도 20㎞ 미만의 초기 단계에서 공중 폭발한 바 있다.

 

국방부는 또 "대외적으로는 비행 제원을 기만해서라도 한국·미국과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고도화되었음을 강변하고, 군사강국 지위 확보 및 협상력 제고 목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발사는 대내적 고려 사항이 더 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이번 미사일을 '화성-15형'으로 평가한 근거는 비행 특성·영상 속 그림자·기상·기술적 요소·한미 평가 일치 등 크게 5가지다.

 

우선 탄도미사일은 탄종별로 고유의 비행특성(상승가속도, 연소·단 분리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탐지된 비행 특성을 정밀분석한 결과 화성-17형보다는 화성-15형과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공개 보도한 영상 속 김정은 위원장의 그림자는 서쪽으로 생겨 오전 8∼10시에 찍힌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발사 시간은 오후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발사 당일 장소인 순안 날씨는 구름으로 대부분 덮여있었는데 영상에선 청명한 날씨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국방부는 "각종 한미 공조회의에서 미국도 한국 측의 분석기법과 평가 내용에 동의했다"며 "미국 측도 상세 분석을 진행 중이며, 화성-15형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화성-17형은 액체연료 엔진 4개 묶음(클러스터링)으로, 엔진 2개짜리인 화성-14·15형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16일 실패 이후 8일 만에 이뤄진 재발사는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이번 ICBM이 화성-15형과 동일하게 엔진 노즐(배기구)이 2개로 확인된 점 등 한미 정보자산으로 확보된 세부 내용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지난 24일 발사한 화성-15형을 정상 각도로 쏘아 올리면 사거리가 1만3천㎞ 이상일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향후 화성-17형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군 당국은 판단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관련 사전 질의에 "4월 정주년 정치행사와 연계해 신형 ICBM 등을 추가 발사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화성-17형과 관련해서는 "외형적으로 더 무거운 탄두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탄두 가능성을 면밀하게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구가 진행 중인 풍계리 핵실험장과 관련해서는 "핵실험장 갱도를 일부 복구하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공사 이후 추가적인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고 강 의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