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가 감사원장 재직 당시 저축은행 감사 과정에서 "오만 군데서 압력을 받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압력의 주체를 밝혀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 내 친이(친이명박)계에서 김 총리를 향해 진실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많아 시선이 쏠린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인 권택기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총리가 감사원장으로 재직시 (압력성) 전화를 건 정관계 인사 리스트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투명해진다"면서 "감사원장에게 전화를 할 사람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람일텐데, 그에 대해 밝히지 않으면 의혹이 쌓인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김용태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오만 군데'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야당이 총리를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려는데 증인으로 서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를 밝혀야 한다"고 공감했고, 친이 직계 김영우 의원은 "`오만 군데' 발언을 포함해 실체적 진실, 객관적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수 기자 kjschokc@hanmail.net

   다른 친이 의원은 "로비를 하면 한쪽만 하지 않는다. 결국 김 총리를 증언대에 세워 로비를 한 이들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인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민심의 공분을 자아낸 `질 나쁜' 범죄인 만큼, 최대한 신속히 진실을 밝혀 민심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다만 친이계가 저축은행 사태의 최전선에 선 것을 놓고, 당 일각에서는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인사 중 친박(친박근혜)계가 포함됐다는 `설(說)'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친박측에서는 이들이 친이계 주요 인물과 가깝다는 점을 주목하는 기류도 있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국정조사를 촉구한 한나라당 의원 35명 중 상당수도 친이계 인사였다.

   한편, 민주당은 김 총리를 국정조사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저축은행 사태 진상조사위원장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총리가 로비를 받았다고 말한 `오만군데'가 어딘지 밝혀야 하며 안되면 4만9천999곳이 어딘지라도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도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서 금감원이 깃털이라면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날갯죽지이고 몸통은 따로 있다"며 "그 열쇠는 오만 군데서 압력 들어왔다고 말한 김 총리가 갖고 있다"고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