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일제강점기 종군 위안부 문제와 평화비 설치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양국관계가 당분간 냉각기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교토(京都) 영빈관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한일정상회담에서 회담 내내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일본의 정치적 결단을 강한 어조로 요구했으나, 노다 총리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과거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반적 해결을 요구한 적은 있으나, 위안부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공식적으로 해결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다 총리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 철거를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설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의 우선적 해결을 거듭 요구했다.

   노다 총리는 또 정상회담 뒤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이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 등에 대해 항의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한일 정상만찬이 시작되기 전 수행원 대기 장소에서 겐바 외상이 비공식적으로 얘기를 걸어왔다"면서 "겐바 외상은 독도 구조물 설치와 국회의원 방문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노다 총리는 평화비 철거와 독도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양국 간 외교는 당분간 경색 국면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모두발언 등을 통해 "한일 양국은 공동번영과 역내 평화ㆍ안보를 위해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하고 걸림돌인 군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데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생존해계신 위안부 할머니가 80세 이상으로, 몇 년 더 있으면 다 돌아가실 수 있다"면서 "일생의 한을 갖고 살던 예순 세 명의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양국 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큰 부담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 문제는 실무적으로 해결하려면 못 푼다. 유엔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가 일본에 대해 인권ㆍ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면서 노다 총리의 직접 해결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다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법적 입장을 아실 것"이라며 "우리도 인도주의적 배려로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지혜를 낼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노다 총리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와 관련, "평화비가 건설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실무적 차원에서 (한국 정부에) 거론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 대통령에게도 철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보였다면 (평화비 건설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성의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님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설 것"이라고 맞섰다.

   두 정상 간 냉랭한 기류는 정상회담이 끝난 뒤 교토의 대표적 문화명소인 료안지(龍安寺) 시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노다 총리에게 `앞으로 양국관계에 대해서 노력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면서 "대통령은 노다 총리와의 료안지 시찰을 다 하지 못한 채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 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