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강국 언론은 독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은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 등 유럽의 전통적 강국들의 독도에 대한 인식과 이해 수준을 고찰한 '유럽의 독도인식'을 최근 발간했다. 집필에는 민유기(광운대) 교수, 최호근·최재희·민경현(이상 고려대) 교수가 참가했다. 연구결과 남쿠릴열도를 두고 일본과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 언론은 한국의 입장에 무척 우호적이고 프랑스 진보언론 역시 일본의 역사왜곡 등에 비판적 논조를 유지한 데 비해 영국·독일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양국 간 갈등을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조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저자는 해당 국가 주요 언론의 독도 관련 기사들에 대해 정량적·정성적 분석을 시도했다. 해당 국가 주요 언론의 독도 관련 보도 빈도, 기사 분량, 보도의 시점이나 배경, 기사 작성자나 정보의 출처, 독도 표기법 등 언론 보도의 프레임과 더불어, 독도 관련 기사 내용에 담긴 주요 담론을 분석했다.
특히 이들이 독도 문제를 한·일 영토 갈등이라는 당대 외교 현안으로 파악하는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 및 과거사와 관련된 역사적 문제로 파악하는지, 한국과 일본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정당하다고 여기는지 등을 심층 분석해 눈길을 끈다.
민경현 교수는 러시아 언론이 독도문제를 일제강점이라는 역사적 기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적시한다. 최근 15년간 독도 관련 보도 횟수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가장 많았고 독일, 영국, 프랑스 순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민 교수는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대해 러시아가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한·일 간 독도갈등의 연원을 러·일전쟁에서 찾는다. 일본의 독도침탈과 관련해 러시아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둘째,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쟁점이 되고 있는 남 쿠릴 열도(일본의 '북방 4개 섬') 분쟁이 독도문제와 유사하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이 점에서 러시아 언론은 한국과 러시아가 일본에 대항하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해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2002년 8월16일자 '콤메르산트'는 '35년에 걸친 일본 점령의 유산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독도문제를 조망했으며 러시아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같은 해 8월13일자 '이즈베스치야'는 독도문제의 본질을 일본에 대해 한국정부가 '자신의 역사적 권리를 복권'한 것으로 파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러시아 언론은 독도와 남 쿠릴 열도를 연계해 일본의 지역분쟁화를 비판하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이밖에 프랑스 중앙일간지 9종(1995∼2010년)을 분석한 결과, 이중 5종의 일간지에서 총 19건의 독도 보도를 확인했으며, 같은 기간에 프랑스의 3대 주간지에 실린 관련 기사 5건을 확인했다. 독도 보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논조는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적 인식으로, 진보적 언론에서 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일간지 14종을 조사한 결과, 독도와 관련된 기사는 7개 신문에 실린 총 54건이었다. 영국신문은 독도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소유권 주장의 근거를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했고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식민지배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일 간의 민족감정을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양국 간 갈등과 긴장의 촉발요인은 일본이라고 파악한 점이 두드러진다. 독일의 경우 주요 일간지 5종에서 총 98건, 주간지에서는 6건의 독도 관련 보도를 확인했다. 독일 언론의 독도 관련 보도 특징으로는 단편적 성격의 사건 보도에서 상황에 대한 분석, 역사적 연원에 대한 설명, 해석과 판단으로 점차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독도 문제를 다루는 보도의 틀이 어류와 해저자원에 주목하는 경제적 차원에서 과거사, 집단기억, 민족감정, 정체성과 같은 역사·문화적 차원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재정 이사장은 "일본이 우리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제무대에서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향후 우리의 주장이 갖는 정당성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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