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는 반복된다. 일정한 주기도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과거 달력만 잘 살피면 우리는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예지력이 뛰어한 민족`으로 회자돼 왔는데, 이것은 생활 속에 `육십갑자`라는 10과 12의 최소공배수 개념을 일상에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육십진법 순환주기는 미래사 추이를 예견하는 매우 간편한 도구로 활용된다.
간단한 예로 대원군에게 쫓겨 피신했던 명성황후가 재집권한 임오군란 사건을 돌이켜 2002년 임오년에 집권당 정권 재창출을 예측해볼 수 있다. 올해는 임진년이다. 60년씩 거슬러 올라가 과거 임진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우리 역사 속에 임진년은 요동의 해로 기록된다. 큰 변란과 영토와 관련된 분쟁이 유난히 잦았던 것도 임진년이다.
1232년 몽골 침입으로 고려는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겼다. 420년 전인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을 침략했다. 임진왜란이 그것이다. 당시 한반도 앞바다는 여러 해 동안 핏빛으로 물들었다. 왜란은 중국 명ㆍ청 왕조 교체와 일본 도쿠가와 막부 출범 등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1712년 임진년에는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현재 한반도 국경 문제와 연관된 백두산정계비(白頭山定界碑) 논란이 있었는데 청의 일방적 건립으로 진행됐다. 1832년에는 영국 상선이 황해도 몽금포 앞바다에 나타나 통상을 청했고 당시 전국적으로 수재 피해가 막심했다. 1892년에는 오스트리아와 통상조약이 있었고 곳곳에서 민란이 발생했다. 이때 조선은 밖으로 위협받고 안으로 굶어죽는 어려운 시기에 봉착했다. 가깝게는 1952년에 한창이었던 동족상잔의 비극인 6ㆍ25전쟁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임진년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정세에 놓일 전망이다. 이미 남북은 김정일 사망으로 근래 보기 드문 초유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금 중국은 동북공정을 근거로 북한을 관할할 태세고, 일본은 독도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일 조짐이다. 동북공정은 2002년 임년(壬年)에, 독도 분쟁은 1952년 진년(辰年)부터 시작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임진년은 용의 해다. 민속에 십이지 글자에는 각각 동물 한 마리씩 배당된다. 이를 일러 `십이생초`라 하고 이 중 다섯째 진(辰)은 용을 상징한다. 그런데 용만 있는 게 아니다. 이무기도 있고, 또 물고기도 있다. 이처럼 지지 한 글자에 각각 세 마리씩 짐승을 별러 정한 게 삼십육금수(三十六禽獸)다. 주역에 잠룡이라는 말이 있다. 잠룡은 물을 만나 하늘로 승천할 때를 기다리는 용을 뜻한다. 이무기나 물고기도 용이 될 수 있다. 먼저 득수(得水), 즉 물을 만나야 한다. 교룡득수(蛟龍得水)나 어변성룡(魚變成龍)이 이런 뜻을 담은 말이다. 임진을 오행과 생초로 풀면 수룡(水龍)이자 흑룡(黑龍)이 된다. 구태여 물상에 비유하면 해룡(海龍)이다. 그래서 올해는 이무기가 물을 얻어 승천하는 용이 될 때 맞춤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영웅이 때를 만나 큰 뜻을 이룬다는 얘기다. 영웅은 주로 난세에 난다. 돌려 말하면 당장 화평한 세상을 말하기엔 이른 시기다.
용은 날짐승과 들짐승, 물짐승의 복합적인 형태와 능력을 갖춰, 기상천외한 모습과 천변만화하는 조화(造化)를 부린다. 그래서 한때 수라장을 이룬 다음에 구제가 이어지고, 눈부신 희망의 전조가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임진년은 변혁과 개변의 기운이 강한 한 해다.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시기다. 올해엔 국내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한마디로 2012년은 권력 빅뱅의 해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형국이지만 빛을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수 역술인] MK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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