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도록 하기 위해 자식을 군대에 보냈는데, 그가 전사도 아니고 병사한다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는가. 그것도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을 부실한 군의료체계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숨졌다면 말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군 의료체계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입대하는 병사는 뇌수막염 등 4종의 예방접종을 하고, 현재 4%인 장기 군의관의 비율을 앞으로는 12%로 높인다는 것이 골자다. 국방부는 2016년까지 4천8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006년에도 국방부는 1조3천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방 의.치학전문대학원 과정을 마련해 매년 40명의 장기복무 군의관을 교육시키고, 3차병원인 국군 중앙의료원을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예산 문제 등으로 좌초했다. 국방의학원 설립 계획도 작년에 취소됐다. 문제가 되면 거창한 계획들을 내놓다가 결국 예산 문제 등을 핑계로 슬그머니 물러서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군 의료수준을 지금처럼 3류에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경우 군병원의 의료수준은 민간 병원 못지 않다. 지난 2003년 12월 당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워싱턴의 월터 리드 육군병원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받는 등 대통령과 장관 등 고급 공무원들이 군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군병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군병원의 의료수준은 어떤가. 직업군인들은 암 등 큰 병에 걸리면 군병원에 가지 않고 민간병원으로 가는 게 상식이다. 군의관들이 3년 간의 의무 복무후 전역하는 현 체제에서는 의료진의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군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의사들을 양성하는 국방의학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군의관의 판단을 의료인이 아닌 지휘관이 무시하고 간섭하는 관행을 없애고, 병사들이 무조건 군의료시설에서 먼저 치료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고치는 등의 개선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예산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국방의 의무를 하겠다고 입대한 젊은이들을 병에 걸려 죽게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도 민간병원에서는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