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 계획을 놓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면 충돌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서울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계획과 관련해 “수차례 이견을 전달했지만 인상이 이뤄져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며 언짢은 심경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무임승차 손실·지하철 재투자·저상버스 비용 등으로 국비 8000억원 가량을 정부에 요구한 것에는 “모든 비용을 중앙정부에 떠넘기려는 발상은 이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주재한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요금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이라며 서울시의 교통요금 인상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많은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서울시는 대중교통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며 “서울시의 교통요금 인상이 연초부터 물가 불안심리를 자극해 다른 지자체에 연쇄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시가 오는 25일부터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150원(16.7%) 인상하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06%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장관은 2일 서울 지하철 사고로 출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은 점을 언급하며 “서울시가 기왕에 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만큼 어제와 같은 사고가 재발해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도시철도의 무임운송 손실 보전을 위해 국비 지원을 요청한 부분도 비판했다. 도시철도의 무임운송 손실 등은 도시철도 건설과 운영에 책임이 있는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노인 무임승차 등 복지지출에 따른 2550억원의 누적적자를 교통요금인상의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국가가 철도공사법에 따라 건설·운영하는 일반 철도는 지자체의 도시철도(지하철)와 달리 무임운송손실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지자체의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국고지원을 내용으로 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국가재정 악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통과되지 않았다.

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에게 보고한 뒤 “박 장관의 발언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부정확한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곧바로 반박자료를 냈다.

서울시는 이번 대중교통요금 인상이 다른 지자체에 연쇄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박 장관의 지적에 “이미 대전·대구·광주·인천·경기·부산은 지난해 200원씩 인상하거나 인상할 계획을 밝힌 상태”라며 “서울시도 지난해 인상하기로 결정은 해놨지만 정부가 요금인상 시기조정을 요청해 적극 수용해 올해로 미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일 열차 사고는 정부가 운영 감독하고 있는 코레일 차량에 의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서울시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책임회피”라고 밝혔다. 또 “노인 등에 대한 지하철 무임수송은 국가 법률에 따른 국가복지정책 일환에 의한 감면제도”라며 “법적·도덕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므로 정부의 국비지원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