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를 제재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 시도가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으로 무산된데 따른 다음 행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 시리아의 친구들"이 단결해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시리아 국민의 권리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클린턴 장관의 이 주장에 대해 뜻있는 국가들이 연맹체 같은 조직을 만들어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자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이 조직이 리비아 내전 때 활동했던 리비아 연락그룹과 반드시 같은 형태는 아닐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클린턴 장관은 "안보리가 무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젠 유엔 밖에서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리아 결의안을 지지한 나머지 13개 안보리 이사국이 새로운 민주 시리아로의 "정권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개입 절차"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한 클린턴 장관은 미국이 시리아 정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아사드 정권의 자금줄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아랍 연맹(AL)의 제안을 거부한 국가들은 다마스쿠스의 야만 정권을 보호한다는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보리 결의안의 무산에 따라 아사드 대통령이 부통령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통일 정부를 구성하자는 AL의 제안은 자동 폐기된 셈이 됐다.

이같은 클린턴 장관의 제안에 대해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일단 환영 의사를 보였다.

시리아 반체제 인사들로 구성된 시리아국가위원회(SNC)의 라드완 지아데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경제적 지원을 통해 혁명을 지지할 국제적 움직임을 이끄는 연맹체"가 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SNC의 다른 활동가 오마르 이드리비 역시 "우방 연맹"의 제재 강화 같은 활동들이 평화적 반정부 활동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앞서 독일도 안보리에서 시리아 결의안이 무산된 뒤 '국제 연락그룹' 결성을 제안했다.

뮌헨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연락그룹이 위기 해결책을 찾는 노력에 새 전기가 될 것"이라며 터키와 AL이 핵심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프랑스도 유럽 차원에서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하며,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돕기 위한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미국이 시리아의 현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비밀 작전'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이날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기 등을 (반정부 세력에) 지원하는 데 있어서 비밀리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시리아에서 5일 하루에만 적어도 56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절반이 민간인이었다고 밝혔다.

유엔에서는 지난해 3월 반정부 운동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5천4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인권단체나 반정부 인사들은 사망자 수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안소영 기자 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