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임을 처음 제안한 이명희(31.여)씨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돌아가고, 그들이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작년 5월 회사 출장차 캄보디아에 갔다가 고엘공동체가 생산한 스카프 등 천연염색 제품을 사 와서 착용하고 다니다 "그 스카프 어디에서 샀느냐", "다음번 출장 때는 내 것도 사다 달라"는 말을 자주 듣자 보따리 장사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고엘공동체란 한국인 한정민ㆍ서윤정 부부가 2006년부터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외곽 시골주민들에게 천연 염색한 실을 나눠줘 손 베틀로 천을 짜게 하고, 그 천으로 옷과 인형 등을 만들어 파는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120여 가정이 한씨 부부로부터 실을 받아 천을 짜고 한 달에 최고 120달러를 손에 쥔다고 한다.

사회복지단체에서 일하는 이씨는 사업취지에 공감하는 9명과 함께 각자 30만원씩 투자해 300만원의 자본금을 만들었다.

홍대의 커뮤니티카페(카페ㆍ식당 겸 문화공간) 슬로비의 한영미 대표가 카페 한쪽에 상설 판매코너를 마련해주겠다고 힘을 실어줬고, 슬로비 직원 이준원ㆍ강은경씨가 동참했으며 이씨의 직장동료 고은진ㆍ김주영ㆍ김현미씨와 NGO활동가 강대웅씨, 회사원인 정정은ㆍ최은영씨도 지갑을 털었다.

다들 `안 팔리면 내가 쓰지'란 긍정적 생각으로 30만원을 내놓았고, 수익금이 생기더라도 나눠갖지 않고 다시 좋은 일에 투자하는 방식의 엔젤투자를 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투자금과 함께 각자 전문성도 기부했다. 디자이너는 홍보 포스터 디자인을, 마케팅 담당 회사원은 온라인 홍보를 맡는 등 재능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이씨는 작년 7월 캄보디아 출장길에 고엘공동체에 들러 천연염색 제품 180개, 300만원어치를 사왔다.

여행용 트렁크에 눌러 담아 왔기 때문에 세금을 물지 않았고 운송료도 따로 들지 않았다.

그는 "공정무역 제품은 비싸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렇게 소량으로 가져오니까 비교적 싼 값에 팔 수 있게 됐다"며 "국경을 넘나들며 손수 작은 양의 물건을 떼어와서 파는 게 보따리상 같아 모임 이름도 고엘의 보따리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무역은 후진국의 생산자가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중간 상인의 개입을 될 수 있으면 줄이는 무역 형태를 말한다.

고엘의 보따리는 작년 8월 바자회를 통해 1차로 가져온 제품 대부분을 팔고 같은 해 11월 2차로 300만원어치를 또다시 들여왔다. 이때도 캄보디아에 출장 다녀오는 사람에게 구매를 부탁했다.

원가 1만원∼7만원에 가져온 제품을 2만원∼9만8천원에 팔아 남긴 수익금 가운데 2차 물품 구입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고스란히 통장에 쌓아뒀다.

고엘의 보따리 멤버 10명은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할 때조차 밥값을 더치페이하고 수익금은 손대지 않았다. 이 돈은 고엘의 공동체가 프놈펜에 가게를 내도록 기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엘의 보따리는 작년 11월부터 슬로비에 상설 판매코너를 설치하고, 온라인판매(www.facebook.com/goel.boddari)도 시작했다.

천연염색과 손 베틀로 직조한 천을 사용한 제품이라 화학성분에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나 아기 선물로 최고지만, 홍보가 부족한 탓에 아직도 2차로 가져온 제품의 절반이 남아있다.

이씨는 "지금은 고엘의 보따리이지만, 어느 정도 고엘공동체에 도움을 주고 나면 또 다른 곳의 제품을 가져다 파는 식으로 계속해서 보따리장수 역할을 할 것"이라며 "10명으로 시작했지만 모임 참가자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소영 기자 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