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일본일까.

일본 외교 전문가의 목소리로 그들의 속내를 전한 책이 국내 번역됐다. 일본 외무성 출신으로 방위대 교수를 역임한 마고사키 우케루의 '일본의 영토분쟁'이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일본인에게는 한국이 왜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지, 중국이 센카쿠를 고집하는지에 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며 대상 독자가 일본인임을 분명히 밝힌다.

일본인 시각에서 쓴 책이라 다른 나라 독자에게는 불편한 언급도 포함됐다. 하지만 일본이 도발하는 영토 분쟁에는 한국도 직접 연관됐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을 소홀히 대할 수 없다. 상대의 복심을 살펴본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이어진다.

저자는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하는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분류되지만,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곳곳에서 일본인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는 독도에 관해서 '한국 영토'라고 인정하고 한국의 논거가 많다고 상술하면서도 선뜻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고 싶다는 일본의 전략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독도가 일본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점도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고 있다.

다만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해 일반 일본인이 미국의 무력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지금까지 일본인은 미국이 언제라도 일본 편에 서서 싸워줄 것을 의심치 않았다. (중략) 미일안보조약에 따르면, 일본이 관할하는 영토가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자국 헌법규정에 따라 행동한다. 북방영토는 일본이 관할하고 있지 않으므로 안보 조약의 대상이 아니다. (중략) 실제로 독도는 한국 영토이다. 따라서 분쟁이 발생해도 미군은 개입하지 않는다."(21~22쪽)

저자는 동북아에 영토 분쟁이 발생한 데는 내셔널리즘을 조장해서 이익을 보려는 일본 등 각국 정치인의 음모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이나 이시하라 도쿄 지사가 센카쿠 매입을 추진한 것이나 똑같은 의도가 아니냐"고 한 바 있다.

책에서도 그는 영토 분쟁을 둘러싼 동북아 3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의 의도를 분석한다.

특히 일본을 겨냥해서는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영토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주문한다. 2차 세계대전 후 물리적 영토 대신 실질적 영향력을 갖는데 주력한 독일의 예를 따라가라고 권한다.

일본 특파원을 거친 김충식 씨가 해제를 맡았고,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가 번역했다.

메디치미디어. 244쪽. 1만2천500원.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