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의 대통령을 당선을 지켜보는 인접국 일본의 시선이 복잡하다.

일본 매체들은 20일 한국과 일본이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에 독도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로 격렬하게 대립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게 됐다는 안도감을 곳곳에서 표시했다.

이는 일본의 한일관계 전문가들이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후계자인 문재인 후보보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단행한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에 은근한 기대감을 표시해왔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이같은 일본 내 시각을 전하면서 "박씨는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은 경제협력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 이제부터는 한 단계 더 높은 경제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의욕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일본 매체는 한일관계의 난제로 떠오른 독도·역사 문제에 대해 자국에 신중한 대처를 촉구했다.

대체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공약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중앙정부 행사 승격이나 고노 담화 등 과거사 반성 수정, 독도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 등을 행동에 옮길 경우 한일관계를 결정적으로 해치고 한국의 대일 강경자세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하는 논조가 지배적이었다.

중국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하는 상태에서 한국과 동시에 부딪히는 것은 피하고 싶다는 심정이 배어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도 감추지 못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료를 인용, "박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에 뭔가 대책을 내놓으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이고, 이럴 경우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이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박 당선인에게 너무 많이 기대해선 안된다"고 전했다.

여성인 박 당선인이 다른 문제는 몰라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 자세를 취할까 잔뜩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미경 히로시마시립대 부교수는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굉장히 부끄럽고,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박 당선인이 일본의 감정을 직접 건드리기보다는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일본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접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데 대한 놀라움과 부러움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일본은 2009년 총선거 당시만 해도 여성 의원이 최다인 54명 당선됐지만, 지난 16일 치러진 총선에선 38명으로 줄었다. 전체 의원 480명 중 비중은 8%뿐이다.

마이니치신문은 20일자 1면 머리기사로 한국에서 여성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는 아베 총재가 일본 왕실 전범(典範)을 개정해 여성 중심의 왕실 일가(宮家.미야케)를 창설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는 기사를 함께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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