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제8회 임종국상 수상 = 일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가 12일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파헤친 공로를 인정받아올해 민족문제연구소 주관 제8회 임종국상(사회 부문) 수상 단체로 선정됐다.단체 출범 초창기부터 공동 대표를 맡은 히다 유이치(飛田雄一·64) 씨.

일본 정부의 우경화 바람 속에서도 자국의 부끄러운 과거를 바로잡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일본인들이 있다.

바로 조선인 군속·징용자·위안부 등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조사하는 개인 및 단체 30여개로 구성된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다.

이 단체는 한국에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 처음 제정된 이듬해인 2005년 한국 조사단의 방일 조사와 유골 수집을 돕자는 취지에서 자발적으로 출범했다.

광복 70주년인 내년이면 출범 10돌을 맞는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파헤친 공로를 인정받아 민족문제연구소가 주관하는 제8회 임종국상(사회 부문)을 12일 수상했다.

출범 초창기부터 공동 대표를 맡은 히다 유이치(飛田雄一·64)씨는 12일 "일본 정부가 책임을 지고 강제동원 피해의 실태를 파악하지 않아 시민단체 차원에서 추진해 온 활동"이라며 "이번 수상을 통해 일본에도 역사를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게 돼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부끄러운 측면도 있다"고 운을 뗐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1970∼80년대 일본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연구를 하나로 결집, 한국 정부에 강제동원과 관련된 결정적인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히다씨는 "10대 때 강제동원된 조선인 피해자들이 현재 생존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90대가 된 점을 고려하면 진상조사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일본은 중국인 강제동원에 관해서는 중국과 전쟁을 치러 자신들이 전범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해 비교적 명부를 상세히 작성했지만 조선은 식민지였다는 이유로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비해 정보공개 청구 제도 등을 통해 비교적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 일본 정부가 가진 관련 자료 중 얼마만큼이 공개됐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자국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추려고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강제동원 피해 실태에 관한 조사가 우리만의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에 제대로 알려야 한다. 역사적 사실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결코 바람직한 우호 관계도 형성될 수 없다"고 히다씨는 설명했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매년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전국 규모의 대회를 열고 있는데, 내년에는 특별히 한국의 광복 기념일이자 일본의 패전 70주년을 맞아 강제동원 최대 피해지역인 일본 조세이(長生) 해저탄광에서 특별 대회를 열 계획이다.

조세이 탄광은 태평양 전쟁 와중인 1942년 2월 3일 일제가 전쟁물자 조달을 위해 바다에서 무리하게 조업을 하던 중 붕괴 사고가 발생, 조선인 징용피해자 136명 등 모두 183명이 수몰된 곳이다.

히다씨는 "우익 세력의 협박과 방해가 잇따르고 있긴 하지만 강제동원 문제를 보다 깊숙이 파헤치고 일본 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벌이는 한편 일본 각 지자체에도 호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