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亞여성들의 분노 아베 신조 일본정권이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14일 아시아 각국에서 온 여성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나비 문양의 손 피켓을 들고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 여성들은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가 주최한 행사참석차 방한했다

지일파 학자 "아베 총리, 소녀상에 장미꽃 헌화하라" 주문
국무부 관리 "일본-주변국 관계 염려"…직접 메시지는 없어

미국의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과거사를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아태안보센터 소속 제프리 호넝 교수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가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일을 거론하며 아베 총리의 사과를 촉구했다.

대표적 지일파 학자로 꼽히는 호넝 교수는 "아베 총리는 과거사 논쟁이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며 국제사회가 결코 일본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아베 총리는 브란트 전 총리와 유사하게 과감하고 의미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호넝 교수는 특히 "미국 내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동상들을 끌어안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의 빈의자에 장미꽃을 헌화하라"고 주문하고 "이 같은 행동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끌어안고 있으며 지난 70년간 평화를 위해 이바지해왔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는 종전 70주년 기념담화에서 1993년 '고노(河野) 담화'를 승계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해야 한다"며 "이른바 '아베 담화'를 통해 이를 정부 공식 정책으로서 재확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되다가 무산된 '아시아여성기금'(Asia Women's Fund)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 정부의 출연과 민간의 자발적 모금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으나, 우리가 "일본 정부가 국제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일본 담당인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은 이날 온라인 잡지인 '더 코멘테이터'에 기고한 글에서 아베 총리가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토대로 공식 사과를 해야 하다고 밝혔다.

오슬린 연구원은 "과거를 '후회'(remorse)한다는 것은 자기를 향한 것이지만 '사죄'(apology)한다는 것은 밖을 향한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더 큰 역할을 하려는 담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아베 총리는 올해 종전 70주년을 과거 비극을 공식으로 접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럴 경우 아베 총리는 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하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일 관계 개선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3일 미·일관계를 주제로 한 공개연설에서 기대와는 달리 과거사 문제를 간략하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러셀 차관보는 뉴욕 재팬 소사이어티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 예민한 도전은 지난 세기의 유산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베 총리가 신년 연설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긍정적인 톤으로 말한 것을 환영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에 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고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으나, 사과 여부와 표현 수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러셀 차관보는 "한일간 화해를 진정으로 증진하는 방향으로 올해를 기념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확고히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실 미국은 일본과 주변국의 관계를 깊이 염려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동북아 협력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이것이 일본과 한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또 미국과 3자 차원에서 협력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이유"이라고 덧붙였다.

러셀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아베 정권에 직접적 메시지를 던지지 않고 우회적으로 과거사와 관련해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이라는 뜻을 전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20세기 초반 미·일 관계는 문명의 진전에 중요했다"고 평가하면서 핵심동맹으로서 앞으로 지역과 국제현안에 공동대처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하는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재팬 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행사여서 미·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방점을 둔 것"이라며 "그러나 러셀 차관보를 중심으로 미국 당국자들은 비공식으로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끌어내고자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