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在日) 한국인으로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1995년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일본인들과 많이 토론했고, 2005년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으로 양국 간 분쟁이 심화된 후에는 독도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20일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호섭)이 수여하는 '제6회 독도상'을 받은 박병섭(74)씨는 독학으로 독도 관련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역사 연구자이다.

사이타마현에서 재일동포 2세로 태어난 박씨는 도쿄교육대학(현 쓰쿠바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해 학사·석사를 받고 도쿄에 있는 가스회사에 들어가 40년 동안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는 20년 넘게 한·일 양국의 고대사와 근현대사, 재일 한국인의 인권 문제 등을 다루는 홈페이지 '반월성(半月城)통신'(www.han.org/a/half-moon/)을 운영하고 있다.

▲ 동북아역사재단이 수여하는‘제6회 독도상’을 받은 재일 한국인 연구자 박병섭(왼쪽)씨가 김호섭 이사장으로부터 상패를 받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박씨는 2007년 퇴직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독도 관련 연구에 뛰어들었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했던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현립대 명예교수의 도움을 받으며 자료 발굴과 논문 집필에 들어갔다. 그는 나이토 교수와 함께 '독도=다케시마 논쟁'이란 저서를 발간했고, '안용복 사건에 대한 검증' '독도어업사' 등의 저서와 '1953년 일본 순시선의 독도 침입'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전후 일본의 독도정책'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2년에는 1902년 부산 주재 일본영사관이 일본 정부에 올린 '부산영사관보고서'에 울릉도가 독도의 '본도(本島)'로 기록된 것을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에서 찾아내 공개했다. 그는 독도 문제를 다루는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인터넷 자료 사이트(www.kr-jp.net)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수상 기념 강연에서 박씨는 1693년 안용복이 일본에 끌려가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했던 사건, 1833년 일본인 하치에몬이 울릉도에 밀항해 벌목하다 막부(幕府) 당국에 체포된 사건,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독도 문제, 1950년대 중반 독도의용수비대의 활동 등 독도 문제의 주요 쟁점에 관한 통설을 재검토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박씨는 "일본에는 한국에 없는 독도 관련 자료가 상당히 있는데 일본인 연구자들이 이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정확한 논리와 증거에 입각하여 실증적으로 독도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