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0년 만에 한인 최초로 국회에 입성하며 성공 신화를 쓴 그는 이제 각료 자리를 꿈꾼다. 뉴질랜드 정부의 장관이 돼 권한과 책임을 갖고 역량을 펼치기 위해서다.

리 의원은 지난 2008년 집권당인 국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작년 11월 재선에 성공한 뒤 소수민족부 정무차관으로 임명됨으로써 각료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그는 "평의원에 머물러서는 큰일을 도모할 수 없기에 어떤 분야든 한 부처의 장관으로서 참신한 정책을 도입하고 싶다"며 "일단 소수민족부 정무차관으로서 뉴질랜드 이민자들이 본래 전공을 살려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1남1녀 중 장녀인 리 의원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가라테 사범인 아버지를 따라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어 호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친 뒤 1988년 뉴질랜드에 정착했다.

어린 시절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리 의원은 초ㆍ중ㆍ고 시절 학생대표를 도맡아 하면서 일찍부터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였다.

호주 디킨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뉴질랜드 이주 후 언론계에 입문해 선데이뉴스, 뉴질랜드 헤럴드-리스너의 기자, TVNZ(공영방송) 앵커 등으로 20여년간 활동하면서 소수민족 커뮤니티에 지속적인 관심을 뒀다.

리 의원은 "내가 청소년기를 보낸 말레이시아와 호주는 다민족 국가로 이들 국가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를 경험했다"며 "뉴질랜드 또한 200개 이상 소수민족이 함께 살기에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교량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TVNZ에서 아시아인의 문화와 이슈를 다룬 `아시아 다이내믹(Asia Dynamic)'과 `아시아 다운언더(Asia Downunder)'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 및 프로듀서로 15년간 활동하는 과정에서 단순 문제 제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치력으로 직접 해결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마침 언론인으로서 그의 활동을 높게 평가한 국민당이 `러브콜'을 보내자 고민 끝에 2008년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

비례대표 37번을 받은 그는 전국을 돌며 코피가 터질 정도로 선거운동에 열의를 보였고, 무난히 당선됐다.

초선의원으로서 상무위원회와 법질서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동안 40명의 세관직원을 늘려 마약밀수를 차단하는 법안을 비롯, 모두 18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공무원, 의사, 변호사 등 한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김치클럽'을 결성해 한인이민 1.5세대와 2세대의 정체성 확립과 주류사회에 진출도 도왔다.

김치클럽은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을 시작으로 오클랜드와 크라이스처치에도 만들어져 현재 한국계 15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으며 캐나다 오타와에도 김치클럽이 생겼다.

적극적인 의정 활동을 인정받은 리 의원은 작년 11월 총선에서 국민당 비례대표 34번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선거 캠페인을 위한 한인 자원봉사자가 130명에 이를 정도로 한인사회가 똘똘 뭉쳐 도와줬다"고 동포사회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긍정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는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거나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묵묵히 목표했던 바를 이뤄낸다는 것.

리 의원은 또 가족이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14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인 이 의원은 "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엄하면서도 공정한 엄마가 되고자 한다"며 "좋은 교육환경을 아이에게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인지 꼭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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