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12월30일 우리 정부의 조문제한조치를 비난하며 한국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이미 남북관계가 한동안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의 공개질문장은 그 우려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등 국제사회는 남북대화를 촉구해왔고, 한국도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대화를 통해 관계개선과 화해ㆍ협력 프로세스를 갖도록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달 20일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경우 북미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해 북한은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공개질문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신중해야 한다. 통일부는 이에대해 "선전차원의 억지주장"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 정부가 억지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연구와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또 남북교류 재개 및 활성화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나름대로 성의있는 답변을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정일 사망이후 세계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주시해왔다. 김정일의 3남인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비록 3대세습으로 정권을 잡긴 했지만 그래도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어느정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북한은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보다는 더 고립 속으로 움츠러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은 한국에 대북 정책 변화를 요구하기 보다는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6자회담 당사국들중 한국, 미국, 일본에 이어 러시아도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8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어떤 제스처를 취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역시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 등 변화를 종용하고 있다. 북한은 외부세계의 이 같은 변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핵무장을 한다고 정권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 지도부는 핵무장보다는 파탄지경의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주민을 위해서나 자기들을 위해서나 급선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