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봉제센터는 주민자치조직에서 선발된 여성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이 여성들이 만든 옷을 지역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마을형 사회적 기업을 지향한다.

이철용(49) 캠프봉제센터장은 14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고동치는 것 같고 무한한 에너지를 느낀다"며 "가난한 이들이 직업을 갖고 스스로 빈곤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게 내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학교에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았지만 아동후원기관을 통해 결연한 미국 대학생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고, 이후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가 됐다.

빈곤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국제개발 협력단체인 사단법인 캠프를 설립, 2007년부터 일 년의 절반은 한국에서 모금활동을 하고 절반은 필리핀의 빈민촌에서 빈곤해소를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2009년부터는 타워빌에서 현지 NGO단체와 함께 컴퓨터교실, 산부인과 병원 건립 등을 지원하던 중 근본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듬해 한신대학교 지역발전센터와 손을 잡았다.

한신대에서 파견한 한국인 조사단과 현지 전문가들은 연구결과 타워빌 지역에 1만명 이상의 학생이 사는데도 교복을 생산ㆍ판매하는 업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봉제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필리핀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교복을 입고, 직장인들도 유니폼을 입는다.

이씨는 필리핀 지방정부로부터 봉제센터로 쓸 건물을 3년간 무상임대하고 교육강사를 파견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자체 모금액 3천500만원과 사랑의 열매 등에서 모은 3천500만원을 투입해 20대의 자동재봉틀과 6대의 특수기능 재봉틀을 갖춘 봉제센터를 작년 7월 개소했다.

이씨가 운영을 맡고 있고, 사회적기업 후원단체인 함께일하는재단이 돕고 있다.

그는 "타워빌은 강제철거로 쫓겨난 도시빈민과 태풍, 화재 등으로 인한 이재민 5만명이 모여 사는 곳"이라며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한국이 가난했는데 이제는 한국인들이 힘을 합쳐 빈곤해소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봉제센터는 작년 7월 주민자치조직이 선발한 20대∼40대 주부 40명을 6개월 동안 가르쳐 졸업시켰다. 수업료와 재료비가 전액 무료일 뿐만 아니라 매일 2달러 상당의 쌀과 음식재료를 지급해 교육기간 동안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센터에 유치원을 설치해 엄마와 함께 온 100여명의 아이들이 4명의 교사로부터 영어 등 기본교육과 식사를 제공받는다.

1기 수료생들은 현재 한국 기업체로부터 작업복을 수주받아 시범생산을 하고 있으며 3월부터는 오는 6월 새 학기에 맞춰 본격적인 교복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또 이달 말부터는 2기 교육생 20명의 수업이 시작된다.

이씨는 "봉제센터는 준비단계부터 모든 결정에 현지 주민이 직접 참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외부 의존을 최대한 줄여 앞으로 3년 안에 나를 포함한 한국 지원팀은 모두 철수하고 현지인들이 스스로 운영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캠프 봉제센터가 성공하면 마을형 사회적 기업을 통한 빈곤해소 모델을 다른 나라에도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안소영 기자 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