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강소국(强小國) 네덜란드가 미국과 한국에 이어 2014년 열릴 제3차 핵안보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내정된 것은 대륙별 안배라는 점 외에도 핵분야에서 네덜란드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나라는 작지만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군사협력체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국제 핵물질 이동에서 중요 길목 역할을 하는 로테르담 항구와 스키폴 공항 등 국제 물류 중심지가 있는 네덜란드는 핵 및 방사성 물질 테러 예방을 최우선 정책의 하나로 삼고 국제 핵안보와 관련해서도 활발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네덜란드 과학수사연구소(NSS)는 핵물질 고유의 `지문(指紋)'을 식별하고 이동경로 등을 추적하는 핵 감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한다.

고농축 우라늄에서 의료용 동위원소를 추출해 이른바 `핵의약품'을 제조하는 산업도 매우 발달해 있다. 세계 상용 원자로 업계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유렌코의 지분을 독일, 영국과 함께 갖고 있다.

네덜란드는 원자력을 비롯해 여러 산업의 원천 과학 기술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에 있으나 이를 상용화해 대규모로 제조하거나 건설하는 분야에선 취약하다고 이기철 네덜란드 주재 대사는 밝혔다. 국토와 인구 규모가 작고 인건비가 비싸 제조와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한국과 상호 보완적인 협력 상대로서 가치가 크다고 이 대사는 설명했다.

예컨대 해상 풍력발전 분야에서 네덜란드의 기술과 경험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반면 발전기 생산과 구조물 설치 등에선 한국이 강하다. 풍력발전의 또다른 강국인 독일과 영국 등은 기계와 조선 등에서 자체 조달능력이 있어 한국과의 협력에 네덜란드처럼 적극적이지 않다.

바다에서 가스를 뽑아 올려 운송, 저장하는 기술도 네덜란드가 앞서 있으나 실제 설비 건설은 삼성중공업 등 한국 업체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관련 기술을 가진 네덜란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였던 네덜란드의 주다치 방조제(32.5㎞)보다 1.4㎞ 더 긴 방조제를 만든 것은 한국 시공사들이다.

네덜란드는 현재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용 노후 원자로를 교체하는 `탈레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이 원자로 건설 입찰에 참여할 예정인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양국 간 보완적 협력 관계에 또 하나의 사례를 보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