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군 가속화 방안은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 몇주 전부터 고려되고 있는 사안이지만, 최근 미군 병사의 총기 난사 사건과 코란 소각 파문에 따른 현지 상황의 악화로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아프간 주둔 미군의 규모는 9만명에 조금 못미친다. 이들 중 2만2천명은 오는 9월까지 철수할 예정이지만 나머저 6만8천명에 대한 철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옵션은 3가지다.

하나는 올 12월까지 최소 1만명을 더 빼내고 이와 별도로 내년 6월까지 1만∼2만명을 추가로 철군하는 것이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방안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보다 훨씬 강력한 방식을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역할이 지원업무로 바뀌는 시점까지 일부 특수부대만 남기고 대부분의 병력은 본국으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은 그동안 미군의 임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미국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무장세력에 대항할 정도의 대테러 특수임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반면 미군 사령관들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임무가 종료되는 2014년까지 대부분의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조기 철군이 불가피하다면 시점은 2013년 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간에서는 주로 무장세력과의 전투가 봄에서 초가을까지 계속되는데 최소한 그 기간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철군 작업이 아프간 군에 안보 임무를 이양하는 2014년까지 "점진적인 보조"(at a steady pace)로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12일에도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CBS 제휴사인 KDKA와의 인터뷰에서 "책임있는 방식의 철군을 통해 다시 아프간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행정부 관리들 역시 조기 철군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몇가지 옵션을 갖고 있지만 이제 검토되는 단계"라며 각 옵션별로 비용과 물류, 위험성 등을 감안해 장단점에 대한 내부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행정부 내부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프간 임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타임스는 아프간 철군의 가속화 방안 논의는 미군의 임무 전환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5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군이 주도적 전투 역할을 중단하고 대테러와 아프간 보안군의 훈련에 집중하는 지원 업무로 전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