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서울 회의에는 반롬푀이 상임의장만 초청받았다. 핵무기나 핵테러 등 이른바 핵안보(securty)가 주의제였고 이는 반롬푀이의 소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원전과 산업ㆍ과학기술용 방사성 물질 관리 등 핵안전(safey)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 의제로 떠오르자 EU가 재검토했고 바호주 위원장도 참석키로 뒤늦게 결정됐다.

두 사람 모두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작은 나라 출신이다. 반롬푀이는 벨기에, 바호주는 포르투갈 국적이다. 과거보다 권한이 커진 EU의 대표에 약소국 출신을 앉혀 견제와 균형을 기하려는 EU 내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둘 다 자국의 총리를 지낸 중도보수파 정치인이다. 바호주는 법과 행정에 밝고 반롬푀이는 경제통이다.

반롬푀이의 날카롭고 차가운 외모에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노(老)교수 형이다. 바호주 역시 차분하지만 목소리가 우렁차며 덩치 크고 인상 좋은 호인형이다. 공통적으로 협상과 타협에 능하지만 반롬푀이 의장은 조용한 막후 협상을 좋아하고 바호주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좀 더 개방적이다.

◇ 반롬푀이 상임의장 = 벨기에 루벵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응용경제학 석사를 받은 그는 벨기에 중앙은행에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은행을 그만둔 뒤 몇몇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하던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정치에 투신해 보수정당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3년부터 6년 동안 예산장관으로 재직 당시 그는 강력한 재정 관리로 급격히 늘어나던 벨기에 재정적자를 감축하면서 '경제통'으로 명성을 높였다. 프랑스어권과 네덜란드어권 간 갈등이 극심하던 지난 2008년 12월 벨기에 총리에 기용된 그는 언어권 간 갈등을 해소하고 난제를 차분하게 풀어가는 솜씨를 보여 `미스터 해결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외모와 음성을 가진 그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기술이 탁월한 `조용한 협상가'로 평가받고 있다.

리스본 조약으로 신설된 정상회의 상임의장직에 지난 2010년 1월 1일 취임했다. 소위 'EU 대통령'이라는 2년6개월 임기의 상임의장을 처음 맡았을 당시부터 그는 "국제무대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카리스마 부족형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5월엔 영국의 한 정치인이 유럽의회 본회의 도중 반롬푀이에 대해 "저급한 은행원 외모에 '축축한 걸레'와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 1년여 동안 언론에선 `눈에 띄지 않는 상임의장', '무명씨(無名氏ㆍMr. Nobody)'로 풍자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약했다.

그러나 반롬푀이는 지난 2년여 동안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서 `훌륭한 중재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월급쟁이 사장' 같은 위치임에도 `대주주'인 강대국들과 `소액주주'인 나머지 20여개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막후에서 조정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유로존 재정위기라는 창설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맞아 어느 때보다 회원국 간 갈등이 심한 시기에 자신을 낮추는 스타일의 협상가인 반롬푀이의 진가가 드러났다는 것이 EU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그는 지난 1일 재선에 성공해 오는 7월1일부터 2014년 말까지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영어에 능통한 그는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EU 정상회의 때나 기자회견 때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유머감각도 있다. 일본 고유의 3줄짜리 시 형식인 하이쿠(俳句)에도 조예가 깊어 하이쿠 습작들을 모아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 바호주 집행위원장 = 학부와 대학원에서 법학, 유럽학, 정치학 등을 전공했다. 바호주는 고향 리스본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부터 정치에 눈을 뜨기 시작해 좌파 마오이즘 지하운동조직 MRPP의 지도부에서 활동했다.

바호주는 석사학위를 딴 뒤 조교수, 방문교수 등으로 여러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 기간에도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폴리페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1976년까지도 그는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대학생과 노동자들을 서로 적대시하게 만드는 `부르주아적 교육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 마오이즘을 버리고 중도보수 정당인 민주대중당(PPD)에 입당했으며 변절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당은 나중에 사민당(PSD)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독일 등 유럽 다른 나라들의 경우 사민당이 중도좌파 정당이지만 포르투갈의 경우 중도우파 정당이다.

사민당에 가입한 바호주는 젊은 나이에도 뛰어난 언변과 사교성으로 입지를 넓혀 1985년부터 6차례 모두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이어 내무장관, 외무장관을 거치며 뛰어난 조직장악력과 행정력을 과시했다.

2002년 4월 포르투갈 총리에 취임했다. 회원국 총리로서 EU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면서 자신의 '활동무대'를 유럽 전역으로 넓혔다. 바호주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호감을 샀고 2004년 6월 구성된 유럽의회에서 국민당 그룹(EPP)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집행위원장에 올랐다.

바호주는 첫 임기 5년 간 EU 통합 강화, 자유무역 확대, 기후변화 대응 등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느라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지는 못해 두드러진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친화력과 행정능력, 정치적 협상 능력이 있으나 모험과 위험을 기피하는 성격 때문에 한계가 있고 카리스마는 부족하다는 평도 들었다.

그러나 EU의 구조상 `월급장이 사장' 격인 집행위원장과 상임의장의 권한이 제한돼 있고 대주주인 강대국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판에 부당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근본적인 한계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협상력을 발휘했으며 큰 과오 없이 일을 했다는 옹호론도 있다.

바호주는 지난 2009년 9월 유럽의회에서 찬성 382, 반대 219, 기권 117로 집행위원장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그는 그해 11월부터 오는 2014년 10월까지 5년 간의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