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공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를 합하면 실질적인 나랏빚은 8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국가부채만 따져도 국민 1인당 떠안아야 할 나랏빚은 845만원을 웃돈다. ‘빚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하다. 이 같은 나랏빚은 만연하는 ‘정치 포퓰리즘’ 속에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재정학자들은 이에 대해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기 시작했다”며 부채 관리에 들어갈 것을 조언하고 있다.

◆400조원을 넘어선 나랏빚

기획재정부가 10일 국무회의에 제출한 ‘2011회계연도 국가결산과 세계잉여금 처리안’에 따르면 중앙·지방정부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말 420조7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28조5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이를 지난해 추계인구 4977만9000명으로 나눈 국민 1인당 나랏빚은 845만1355원으로 2010년 804만원보다 41만원가량 늘었다.

중앙정부 부채는 40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9조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2.6%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늘었다. 지방정부 부채는 1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GDP 대비 전체 국가채무 비율은 34.0%로 2010년의 33.4%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나랏빚의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으로, 그만큼 중앙·지방정부의 재정이 부실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2010년을 기준으로 할 때 GDP 대비 평균 98.1%에 이르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양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부채에 포함되지 않는 공기업 부채까지 합하면 전문가들은 “그렇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통합재정 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 수지는 13조5000억원 적자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5000억원 커졌다. 통합재정 수지는 18조6000억원의 흑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6조5000억원(일반회계 5조1000억원, 특별회계 1조4000억원)이었다.

◆‘숨은 나랏빚’ 공기업 부채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정부와 공기업(42개)의 부채 잔액은 지난해 말 802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금융공기업 대다수의 부채를 뺀 수치다. 공기업의 부채는 국가채무와 맞먹는 4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지방정부 할 것 없이 예산을 동원해야 할 국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겨 공기업 빚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빚더미에 올라 앉는 공기업의 문제는 신용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2일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평가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1)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꾸면서도 비금융 공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안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했다. 늘어난 부채 때문이다. 정부 보증을 받는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국가등급 움직임에 따라 오르내리는 점에 비춰 보면 이 같은 등급 격차는 이례적이다.

무디스는 “비금융 공기업들 재정상태는 부채 증가, 정부 지원금과 자본유입액 부족 등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디스가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평가한 비금융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살펴보면 한국철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투기등급인 Ba3에 속했다. 이들 기관이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정크 본드’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방종욱 현대증권 신용분석 연구원은 “부채 증가로 재무제표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정부의 지원 의지까지 불투명하면 이들 공기업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