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국회몸싸움 방지를 핵심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60여개의 민생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국회법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본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여야는 마지막까지 합의안 도출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양당의 입장차가 워낙 크고, 18대 국회 회기가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8대 국회 내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는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쟁과 폭력으로 점철된 18대 국회가 모처럼만에 대화와 타협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사흘 만에 약속을 파기했다. 새누리당 소속 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행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19대 국회는 역사상 가장 무기력하면서도 동시에 국민이 혐오해 마지 않는 `폭력국회'의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정몽준 전 대표는 "필리버스터는 국회를 일 안 하는, 또 일 못하는 국회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가세했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협상 태도가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황 원내대표가 협상의 주체로서 법안에 서명하고 운영위 회의에서 직접 방망이를 두드려 법안을 통과시켰으면서도 당안팎의 여론을 의식,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강력 반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 일부가 느닷없이 의석수가 152석밖에 안된다는 이유로 합의안을 전면 부정하려고 마지막까지 몽니를 부리는 행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의원은 "총선 전에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해 법안에 합의했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야는 끝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으나, 결국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막판 쟁점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이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도입할지 여부였다.

새누리당은 법사위에 회부된 안건이 180일 동안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으면 무기명 투표를 통해 본회의에 회부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인 반면, 민주당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의 본회의 상정을 열어놓을 수 없다고 반대했다.

여야가 정쟁을 일삼는 동안 주요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날 처리될 예정인 민생법안은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 112 위치추적에 관한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60여개다.

주요 법안을 보면 대형 투자은행(IB)의 활성화 방안을 담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대기업 등의 조달시장 편법참여를 금지하는 중기판로지원법,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있다.

또 중국 어선 불법조업 방지법 등 통일ㆍ안보 분야 법안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고, 국방개혁안은 지난 20일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