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영국을 방문 중인 푸슈코프 위원장은 이날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러시아와 미국 간의 리셋(reset·화해) 정책이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푸슈코프는 "미국의 유럽 MD 추진은 러-미 양국 관계를 저해하고 있으며 서로 간의 신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미국의 유럽 MD 계획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략적 균형을 깨트리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유혈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밝혀온 러시아와 미국은 또 최근 러시아의 대(對) 시리아 전투용 헬기 공급 의혹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위해 야권 탄압에 이용될 수 있는 전투용 헬기를 공급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러시아가 그런 일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푸슈코프 위원장은 이어 이날 러시아가 최근 제안한 시리아 문제 논의를 위한 국제회의에 이란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란의 참여없이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이란도 비록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이웃 국가에서 내전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 방안을 찾는데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문제 논의를 위한 국제회의 개최 제안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6일 처음 내놨다. 그는 "코피 아난 시리아 특사의 평화 중재안 실현 등을 위해 시리아 반군 단체들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의 회의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회의에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터키 및 이란 등 주요 시리아 주변국, 아랍연맹(AL), 이슬람협력기구 등이 참석할 수 있을 것이며 유럽연합(EU)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뒤이어 11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 국제회의에는 시리아 주변 국가들과 시리아 분쟁 당사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들과 함께 이란도 참여해야 한다"며 "이란의 참여 없이는 시리아에 대한 건설적인 국제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시리아 사태 해결 논의를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지지하지만 이 회의에 이란이 참여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14일 밝혔다.

영국 외무부 보도문에 따르면 헤이그 장관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린 아프간 문제 국제회의에 참석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헤이그 장관은 시리아 문제 국제회의가 시리아 내 권력 이양 계획과 아난 특사의 평화 중재안 실현 방안 등을 포함한 시리아 정치 개혁의 원칙들을 도출해 내는 모임이 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문은 설명했다.     /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