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 관계에 정통한 모스크바 소식통은 19일(현지시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채무 문제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스토르착 러시아 재무차관이 북한 측과 채무 문제 해결에 합의하고 1일 관련 협정에 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채무 문제는 그동안 러시아와 북한 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왔다"며 "이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양측이 좀 더 적극적인 협력 관계 발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의 파격적 행보가 취해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채무 조정과 상환에 합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상당 정도의 채무액을 탕감해 주고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거나 러-북 합작 프로젝트에 재투자 하는 방식의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교역 과정 등에서 발생한 북한의 채무를 110억 달러로 산정하고 지난해 6월부터 북한 측과 채무 조정 및 상환 협상을 집중적으로 벌여왔다. 러시아 유력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지난해 9월 자국 재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북한의 채무 가운데 90% 정도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가 대규모 채무 탕감 결정을 내린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됐다.

우선 북한이 채무 상환 능력이 없으며 오히려 지금도 러시아가 북한에 무상으로 식량과 연료 등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둘째로 러시아가 북한을 경유해 남한으로 가스와 전력을 공급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등의 북한을 끌어들여야 하는 대규모 합작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셋째로 북한이 이전에도 채무 상환을 거부하면서 지속적으로 탕감을 주장해와 실질적으로 북한의 자발적 채무 이행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