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성 의무지출이 많이 늘어 재정운용의 신축성에는 악영향이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의 방향으로 충돌할 수 있는 가치인 '균형재정 회복'과 '경기 회복 뒷받침'을 내세운 만큼 이를 모두 반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무지출이 증액요구의 절반 넘어…복지 증액 5조 육박

기획재정부의 2일 발표를 보면 각 부처가 낸 내년도 예산ㆍ기금의 총지출 요구액은 346조6천억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21조2천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6.5%로 2012년도 예산 요구 증가율인 7.6%보다 낮았다.

분야별 요구액을 보면 예산규모가 큰 복지, 일반공공행정, 교육, 국방 분야의 증액이 두드러졌다. 증액 규모는 복지가 최대, 증액률은 교육이 최고였다.

복지 지출은 기초생활보장, 4대 연금 등 의무적 지출 증가로 5.3%(4조9천억원) 늘었다. 요구액은 97조5천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교육은 무려 10.1%(4조6천억원) 늘어 처음 50조원을 넘어섰다. 국방도 방위력과 복무 여건 개선 등을 위해 7.6%(2조5천억원) 증액 요구됐다. 일반공공행정은 지방교부세 3조4천억원이 늘어 모두 6.3%(3조5천억원) 증가했다.

반면에 SOC는 큰 폭의 감액이 이뤄졌다. 올해보다 10.1%(2조3천억원) 감액돼 두자릿수 감액률을 기록했다. 4대강 사업이 끝난데다 길 닦는 예산을 8천억원 줄인 영향이 컸다.

환경 분야도 4대강 사업의 완료로 수질개선 투자가 감액되면서 전체적으로 6.6%(4천억원), 농림수산식품도 4.8%(9천억원) 각각 감액됐다. 문화체육관광도 대규모 문화체육시설 건립이 끝난 영향으로 5.5%(3천억원) 줄었다.

전반적으로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 요구가 많이 늘어났다. 우선 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중증장애인연금, 4대 연금 등 주요 복지지출에서 3조8천억원 증액된 48조4천억원이 요구됐다. 특히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로 인한 국고보전금은 연간 총액이 3조원 안팎이나 된다.

0~2세 양육수당 지급을 소득하위 70%까지 확대하기 위한 3천억원도 반영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무지출 요구 총량은 142조원 가량으로 올해 예산보다 12조원(9%) 정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총지출 증액 요구 21조2천억원 가운데 56%가량을 차지한 것이다.

기재부 이석준 예산실장은 "균형재정에 대한 필요성을 원칙적으로 지키는 게 맞다. 될 수 있으면 중기재정운용계획의 총지출 규모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기계획상 내년 총지출은 이번 요구액보다 4조7천억원 적은 341조9천억원이다.

◇균형재정-경기회복 모두 겨냥…"해야 할 일 확실히"

내년 예산편성의 중점 검토방향은 세 가지다. 균형재정을 회복하고 경기 회복 흐름을 뒷받침하며 '해야 할 일'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따라 확실하게 돕는 것이다.

'경기 회복'은 지난 4월 말 작성된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제시했던 방향에는 없던 목표다. 당시엔 "균형재정 회복으로 미래 대응력을 높이고 선택과 집중, 맞춤형 지원으로 함께 가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게 중점 방향이었다.

유럽 재정위기의 악화와 장기화에 따른 우려를 추가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유지하면서 유럽 재정위기로 주춤한 국내 경기 회복에 돈을 쓰겠다는 것은 서로 상반된 성격의 목표로 풀이된다.

더욱이 세입 상황이 경기 둔화로 예상보다 악화할 전망이기에 균형재정과 경기보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경기가 추가로 가라앉으면 국세 수입이 감소해 애초 예상대로 내년에 2천억원의 재정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여건에 비춰 비과세ㆍ감면 제도의 축소와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이석준 실장은 "세입 확충 노력을 강화하고 3대 유형, 8대 영역의 세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외 수입을 늘리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구조조정 대상인 3대 유형은 집행 부진이 거듭하거나 성과가 미흡하고 외부에서 문제가 지적된 사업이다. 8대 영역으로는 연구개발(R&D), 공적개발원조(ODA), 국방경영, 인건비, 전달체계, 보조사업, 재정융자사업, 정책연구용역비 등을 꼽았다.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의 대부분은 민생 관련이다. 보육, 교육 등 생애 주기별 핵심 복지서비스를 확충하고 다문화가족과 장애인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학교ㆍ여성ㆍ아동 폭력을 뿌리 뽑는 예산도 들어간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