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영유권 분쟁 지역이 아니고 따라서 ICJ 제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지만, 국제 분쟁의 판례속에서 일본의 도발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정책적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독도와 관련해서는 멕시코와 프랑스간 클리퍼튼섬 분쟁 사례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500여㎞ 떨어진 곳에 있는 클리퍼튼섬은 16세기 마젤란이 최초 발견했으며 이후 1858년에 프랑스의 한 해군장교가 재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젤란과 프랑스 해군 모두 그 섬에 주권 표식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는 1858년 주권선포 사실을 하와이의 신문에 공표했으며 이것이 영토 분쟁 중재 판결의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1897년 프랑스와 영토 분쟁이 발생한 이후 멕시코는 스페인을 승계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후에 해군 장교 부부 12쌍을 이주시키는 등 섬 점유 정책을 구사했으나 분쟁 이후에 취한 이런 조치는 중재 판결에서 주요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1931년 내려진 영토분쟁 중재 국제 판결에서는 프랑스가 승소했다.

1945년 창설된 ICJ의 판결에서도 분쟁 전 통치 행위가 주요 승소 이유로 작용했다.

ICJ는 1953년 멩키에 에크레오섬 판결을 통해 프랑스와의 영토 분쟁 이전부터 형사재판권 행사 등 통치 행위를 한 영국의 손을 들어줬다.

또 최근에 있었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간 영유권 분쟁이 있었던 리키탄과 시파단 섬 사건(2002년 말레이시아 승소)에서도 재판부는 거북보존령 등 분쟁 이전에 있었던 말레이시아의 통치 행위를 주요한 영유권의 근거로 봤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국제법상 실효적 지배란 평화롭고 영속적인 지배를 의미한다"면서 "현재 독도는 (일본의 도발로) 평화로운 상태는 아니며 국제적으로 분쟁이 발생한 이후의 통치 행위는 판결시 고려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라시대의 통치 행위 등 일본의 이의 제기가 있기 이전의 증거를 찾는 것이 국제법상으로는 중요하다"면서 "독도에 대해 정부가 과도하고 의도적으로 정책 접근하기보다는 과거의 증거를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