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전후로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이 민족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앞다퉈 펼치며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런던올림픽 열기 덕에 한층 고양된 애국심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불거진 독도 영유권 논란까지 한데 엮어 국가 지도자 후보로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후보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035차 수요시위에 참석해 일본 정부를 향한 강경 발언을 내놨다.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외교적 통로를 통해 당당하게 요구하고 따지겠다"며 "일본에 법적 책임을 묻고 일본으로 하여금 공식적인 사죄를 하게하고 법적 책임에 입각한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 입찰제한 지침 추진 ▲일본 국공립기관 소유 약탈 문화재 반환 추진 등 계획도 발표했다.

김두관 후보는 올림픽과 반일감정을 한데 묶는 전략을 짰다. 올림픽 남자축구 한일전 승리 후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를 펼쳐 동메달 박탈 위기에 빠진 박종우 선수를 응원해 젊은층의 관심을 끄는 동시에 번지점프 약속을 지켜 지도자로서 신뢰감을 상승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후보는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에서 이기면 번지점프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광복절 당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율동 공원에서 번지점프를 했다.

번지점프 후 김 후보는 "독도 세러머니를 이유로 동메달 자격을 박탈당할 상황에 처해 의기소침해 있을 박종우 선수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보낸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다음 올림픽에는 남북 단일축구팀을 만들어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발언, 호응을 이끌어냈다.

번지점프 후 김 후보는 부인 채정자 여사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일본의 사과와 피해보상 등을 우선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손학규 후보는 광복절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손 후보는 "매년 광복절에 김구 선생의 묘소를 찾아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 새기곤 한다"며 "김구 선생은 분단을 막고자 38선을 베고 쓰러지더라도 통일 조국을 이뤄야 한다며 이를 몸으로 실천하셨다"고 김구 선생의 생전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 황금평 지역과 나선지구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하는 사진을 봤다"며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더 발전했으면 나선지구도 우리가 개발하고 한반도 경제를 열어 가는데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세균 후보도 같은날 전남 해남 옥매산 정상에서 일제 강점기에 박힌 쇠말뚝을 제거한 뒤 당 밖의 경쟁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공격했다.

정 후보는 "일본군 중위 다카기 마사오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한일강제병합 102년이 되는 지금 다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 하고 있다"며 "법적으로는 대통령의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민족적·역사적으로는 대통령은 커녕 후보의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박준영 후보도 같은날 전남도청 김대중 강당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순국선열과 독립유공자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분열의 역사로 인해 민족이 아픔을 겪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두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자"며 광복절의 의미를 강조했다.

민족주의는 예부터 진보진영의 전가의 보도였다. 친일 청산 등 민족주의에 기반한 각종 정책들은 대일 유화책에 무게가 실리는 보수진영의 그것과 대비됐다.

민주당 후보들의 갑작스런 민족주의 마케팅은 이 대통령의 생각지도 않은 대일 강공책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축구 한일전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하면서 독도 관련 이슈를 선점했다.

이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왕의 사과를 직접 거론하는가하면, 광복절날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의지를 대외에 천명했다.

이같은 시도는 바닥까지 떨어진 현정부의 지지율을 일부나마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잇단 민족주의 마케팅은 런던 올림픽과 안철수 열풍으로 한동안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벗어난 당내 대선후보경선의 열기를 되살려보고자 하는 절박한 몸짓으로 풀이된다.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이 대통령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