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중국을 방문중인 장 부위원장의 동정을 사실상 실시간에 가깝게 보도하는 북한 매체들의 태도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조선중앙통신과 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는 17일 장 부위원장이 지린성과 랴오닝성을 방문해 쑨정차이 지린성 당서기와 왕민 랴오닝성 당서기를 만난 소식을 전하면서 "16일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을 만나 담화를 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3일 장 부위원장의 평양 출발 소식과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공동지도위원회 제3차 회의 소식 등 매일같이 장 부위원장의 행적을 따라가며 보도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당시 김 위원장의 행적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던 때를 연상케 한다.

또 장성택 부위원장은 이번 방중 대표단의 단장으로 제일 앞자리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2002년 경제고찰단으로 남한을 방문했을 때는 단장을 당시 박봉주 화학공업상에게 미루고 자신은 대표단의 일원으로 뒤로 빠졌다.

당시 박 화학공업상은 작은 일정이나 방명록 글귀까지 장 부위원장의 지시를 받았지만, 여러 산업시설을 방문할 때 장 부위원장이 나서는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장 부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중국 정부가 보여주는 예우도 국가수반급이다.

중국이 장 부위원장 일행에게 숙소로 제공한 댜오위타이(釣魚臺)는 국빈들이 머무는 영빈관으로, 김정일 위원장도 중국 방문 때면 이곳에 머물곤 했다.

또 중국에서 휴가 중이던 류훙차이(劉洪才)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휴가 일정을 취소하고 장 부위원장을 배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국가 원수급 인물이 자국을 방문할 때 대사가 따라가 수행하는 것이 외교 관례라는 점에서 보면 사실상 정상급 대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장 부위원장도 중국 측이 제공하는 국가수반급 예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이번 장성택의 방중에서 북한과 중국이 보여주는 의전은 최고지도자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며 "장성택은 김정일 사망 후 높아진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잘 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장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현지 시찰에 거의 매번 참석해 김 제1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16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제51차 통일전략포럼의 토론에서 "장성택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내세우는 것은 그를 견제할 인물이 북한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전에는 장 부위원장이 몸을 낮추고 다른 사람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장 부위원장의 생존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고위층 출신 탈북자 A씨는 "김정일 생전에 장성택은 권부의 핵심이었지만 4번이나 지방으로 추방돼 혁명화를 겪으면서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생존전략을 택했다"며 "그러나 장성택은 최근 김정은의 고모부로서 자신이 실세임을 확실하게 부각시켜야 권력투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음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