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 주중대사가 광복절인 15일 대사관 직원 단체 골프대회를 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식 광복절 행사를 마친 뒤 치른 친선 체육 대회였다는 게 대사관측 해명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국제정세가 민감한데다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기간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사란 지적이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15일 오전 10시 베이징(北京)시 차오양(朝陽)구의 공관에서 제67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가진 뒤 베이징 외곽의 동방명주 골프장으로 이동, 오후 1시부터 직원 친선 골프대회를 가졌다. 대사관 관계자는 16일 "행사에는 외교부와 여타 부처 파견 주재관을 중심으로 모두 41명이 참석했다"며 "행사 비용은 참석자 개개인이 부담(400위안ㆍ7만1,000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은 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로 한일 외교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었고, 장 부위원장 일행의 방중으로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대처해야 할 시기에 대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대거 골프 대회 행사를 가졌다는 것은 근무기강 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대사관과 영사부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직원들이 평소 얼굴을 볼 기회도 적은 탓에 친목을 다질 기회가 없었다"며 "지휘관으로서는 이런 행사를 통해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복절에 행사를 연 이유에 대해선 "한 달 여 전부터 예정됐던 것이고, 광복절은 해외 공관에서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3일 중 하루이고 외교부 본부도 쉬는 날"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사는 이어 "사실 주말엔 40여명의 단체팀을 예약하는 것이 쉽지 않고, 주중에 치면 직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더 싸 장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장 부위원장까지 중국에 와 있는 상황에서 행사를 강행한 데 대해서는 "담당 부서인 정무부는 참석하지 않은 직원들도 많다"며 "장 부위원장의 동선 등은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주중 대사관은 지난해 광복절에도 단체 골프대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올해 삼일절에도 골프대회를 가지려 했으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방한하고,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는 바람에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8월15일은 휴일이 아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댜오위다오보위행동위원회(釣魚島保衛行動委員會)의 활동가 14명이 댜오위다오 상륙 후 일본에 체포되자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하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