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북한이 대외용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런 사실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최근 북한의 수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북 수해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라거나 간접적으로 지원을 촉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은 이날 "1984년 늦은 여름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녘 동포들에게 하루빨리 구제물자를 보내줘 수재민들의 생활을 안착시켜 주자"며 "쌀 5만석(7천200t), 천(직물) 50만ｍ, 시멘트 10만t, 의약품을 보내주도록 했다"고 전했다.

1984년 9월 초 남한에서는 홍수가 발생해 전국에서 190여 명이 사망하고 1천300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당시 북한은 우리 측의 지원 요청이 없었음에도 구호물자를 보냈었다.

북한 방송의 이날 보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 측의 대북 수해 지원을 기대하고 있으며, 지원 결정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같은 분석은 북한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먼저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기인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북 수해 지원은 북한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측이 먼저 지원을 제안하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이뤄졌다.

최근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취했던 태도를 바꿔 우리 민간단체의 수해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쌀과 시멘트 등을 요청했다는 것도 북한이 우리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국내 53개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체는 지난 24일 개성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에 밀가루 3천t을 긴급 지원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쌀과 복구자재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용과 성격 등을 감안하면 북한이 요청한 물품은 민간단체보다는 정부에서 지원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우리 정부의 50억 원 규모 수해지원 제의에 대해 "식량과 시멘트 등 물자와 장비를 통 크게 (지원)해달라"고 응답한 바 있다.

대북 수해 지원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최근 우리 정부도 대북 지원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북한의 수해가 심각해지면 (북측의) 요청이 따로 없더라도 지원을 제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적절한 시기에 제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북측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고, 그런 의미에서 상황을 검토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6월 말부터 계속된 폭우에 이어 최근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북한을 관통하면서 560여 명이 사망·실종되고 22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9만7천여 정보(약 961㎢)의 농경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