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도(于山島)’

-이사부, 우산국을 정벌하다 -제5회-

글 안 휘 / 그림 문 악 보

제2장 산단화(山茶花)

2.2 파선

그 해 늦가을 이사부가 배를 타고 동해로 나선 것은 기어이 울릉도를 가까이에서 한번 보고자 함이었다. 큰 바다에서도 잘 견딜만한 군선(軍船)같은 것은 미처 장만되지 못했다. 제법 큼직한 어선 하나를 내어 배를 부릴 어부와 수하 군사 다섯 명을 대동하고 동해 한 가운데로 나아갔다.

실직주 해안을 출발한지 하루가 지나 막 이틀째 접어들었을 때, 별안간 바람이 수상하더니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잿빛 구름이 몰려오자 물빛은 이내 짙푸르다 못해 검은 빛을 띠었고, 바다는 무섭도록 흔들렸다. 그리고는 머지않아 그 바다로부터 커다란 물 멍석들이 솟아올라 뱃전을 때리기 시작했다.

어선을 몰아가던 어부가 금세 파랗게 질려서 난감해하고 있었다. 배를 거의 처음 타다시피 한 수하 군사들은 배 멀미로 인해 토악질을 참지 못했다. 슬금슬금 내리기 시작하던 비가 한달음에 내려 온 먹구름과 합세하여 갑자기 폭풍우로 변해갔다.

“장군! 아무래도 뱃길을 돌려 빠져 나가야겠나이다!”

어부가 공포에 젖은 얼굴로 외쳤다. 더러 배를 타보긴 했으나, 난생 처음인 그런 거친 파도가 두렵기는 이사부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듣던 바대로 깊고 험하기 짝이 없는 바닷물길이로구나. 되돌아나가는 일이 용이하겠느냐?”

더욱 거세어진 파도소리를 이기려고 이사부가 고함치듯 물었다.

“이미 폭풍우 속에 깊이 들어있는 듯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죽을힘을 다해서 되짚어 나가봐야지요!”

어부도 목청을 높여 소리치듯 대답했다. 이사부는 흔들리는 뱃전을 매달리다시피 붙잡은 채 쩔쩔 매고 있는 수하 군사들에게 말했다.

“어부를 도우라! 이 바다를 빠져나가야 한다.”

어부는 돛을 내리고 노를 이리저리 틀어 배의 앞머리를 반대방향으로 돌렸다. 하늘에서 내려온 먹구름은 마치 물동이로 들이붓듯 폭우를 쏟아 내렸고, 바다는 집채 같은 파도를 거푸 일으키며 사납게 흔들렸다.

가까스로 방향을 뭍 쪽으로 되돌리긴 했으나, 배는 거센 파도에 무력하게 휘둘리면서 곧 뒤집힐 듯 요동칠 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물길을 잡아나가기 위해 무언가 할 일을 찾기는커녕 하늘로 솟구쳤다가 파도위에 내동댕이쳐지는 배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용을 쓰는 일만으로도 뼈마디가 아팠다.

얼마나 그렇게 버티었을까. 아마도 한 나절은 되었을 법한 오랜 시간을 파도와 싸웠지만, 성난 바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저만큼에서 산처럼 솟아오른 커다란 물기둥 하나가 완강한 벽이 되어 벌떡 일어서더니 거침없이 어선의 옆구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배를 탄 사람들은 모두 아악 아아악 비명을 질러댔다.

그 물기둥에 부딪치는 순간 배는 마치 여린 나뭇잎처럼 맥없이 솟구쳐 올랐다가 뒤집어진 채 파도 위에 거꾸로 쑤셔 박혔다. 아아, 이제 여기에서 죽는구나...이사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을 잃었다. 돛대가 힘없이 부러지는 모습을 얼핏 본 것도 같았다.

*

이사부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나흘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눈을 뜨니 주위가 낯설었다. 흙벽돌과 나무를 이어서 지은 집이었고, 제법 큼지막한 방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이사부의 눈에 방문 안쪽에 다소곳이 앉아 바느질을 하는 처녀 하나가 눈에 띄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입은 옷이 깨끗했다. 더 자세히 보니 그 처녀는 다름 아닌 지소였다.

“아! 지소! 그대가 어찌 여기에 있소? 여기는 도대체 어디요?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소?”

이사부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조용히 앉아서 바느질을 하던 처녀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소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지소였다. 다음 순간 자세히 뜯어보니 지소가 아니었다.

“정신이 드셨나이까?”

처녀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지소를 꼭 닮았으되 지소는 아니었다. 목소리도 아니었다. 이사부는 절망하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이며, 내가 왜 이곳에 와 있소?”

그렇게 다시 묻고 있는데, 머리와 어깨 쪽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통증이 폭발했다. 이사부는 얼굴을 찡그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송구하오나, 아직 신체가 온전치 아니 하시오니 그대로 계시옵소서.”

“........ .”

“잠시만 기다리시옵소서. 아비를 불러오겠나이다.”

처녀는 그러면서 잰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그리고는 머지않아 수염이 허옇고 몸이 호린 노인 하나가 앞장서서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처녀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뒤따라 들어왔다.

“정신이 나셨소이까?”

노인은 이사부에게 다가앉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 그렇소만.... .”

“무슨 일로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셨는지 몰라도 조난을 당하신 모양입니다. 마을 어부들이 의식을 잃어 반송장이 된 귀공을 바다에서 건져 떠 매고 왔더이다. 부서진 돛 조각을 부여잡고 실신해 있더랍디다. ....그래도 대단한 장골이십니다. 그 폭풍우 속에서 살아 나오신 데다, 이처럼 큰 부상을 입고도 깨어나셨으니..... .”

“그랬소이까? 그런데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는지요?”

“다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지요. 일행이 많았던가요?”

“대 여섯 명은 되었는데.... . 어찌 되었는지......?”

“아마도 구명이 어려웠을 것이오. 그날 풍랑이 워낙 거칠었소이다.”

아아, 모두 변을 당하고 말았구나...가슴이 아파왔다. “그런데 여기는 대체 어디요?”

노인은 이사부가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 것에 안도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해리현 맹방 근처에 있는 조그만 어촌이오이다.”

이사부는 몸을 움직이려다가 다시 머리와 어깨에 통증을 느껴 상을 찡그렸다. 노인이 이사부의 몸을 잡아 다시 눕히면서 말했다.

“부상이 깊소이다. 아직 몸을 움직이는 것은 무리일 것이오. 당분간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그나마나 공은 대체 뉘시오?”

노인이 처음으로 이사부의 정체를 물어왔다. 이사부는 노인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이렇게 살려주셨으니 백골난망이오이다. 나는 김 이사부라는 이름을 가진 실직주 군주라오.”

노인은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 실직주 군주님이시라고요? 그게 참말이나이까?”

“그렇소. 그나마나 노인장은 누구시오? 이름이 어찌 되시오?”

노인과 처녀는 동시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몸을 숙여 공손히 절을 했다.

“소인의 이름은 현덕이라고 하옵고, 이 작은 마을 촌주를 맡고 있나이다. 그런데 군주님께서는 어쩌다가 이런 황망한 일을 당하셨사옵니까?”

“큰 바다로 정찰을 나갔다가 변을 당했소.”

“저 바다가 도무지 요물이옵지요. 멀쩡하다가도 별안간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한답니다. 그게 아니라도 동해는 늘 파도가 높고 풍랑이 잦아 어부들이 멀리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사옵니다.” “그렇구려.... . 그건 그렇고, 내가 지금 움직일 수가 없으니 실직성에 전갈을 넣으러 달려갈 청년 하나를 바로 데려다 주시오. 가능한 발이 빠른 자로 부탁하오.”

“알겠나이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현덕 노인은 놀라움으로 몸을 덜덜 떨면서 밖으로 나갔다. 처녀도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아비를 따라 방을 나갔다.

*

전갈을 받고 달려온 호위군사들에 의해 이사부는 들것에 실려서 실직성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다음에도 이사부는 깨진 머리와 부러진 어깨를 치유하는데 꽤 여러 달이 걸렸다. 그 겨울이 다 지나도록 몸이 온전치 못했다.

봄이 저만치 서성거리는 계절이 됐다. 비로소 말을 탈 수 있도록 몸이 회복된 이사부는 어느 날 술과 기름진 음식을 말 잔등에 싣고 해리현 맹방 바닷가 마을 현덕 노인을 찾아갔다.

“하마터면 끊어질 번했던 명을 이어주신 분이오니 앞으로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정말 고맙소이다.”

촌주의 집 마당에 들어 선 이사부는 현덕 노인 앞에서 큰절을 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현덕 노인은 헌헌장부의 모습으로 찾아와 정중히 예를 갖추는 군주 이사부 앞에서 쩔쩔매며 맞절을 했다.

“아이고, 무슨 황송한 말씀이오니까? 부상이 깊긴 했어도 아직 숨이 떨어지지 않으신 상태라 혹시나 하고 공을 들인 것뿐이옵니다. 워낙 타고난 기운이 장사이시어서 그예 살아나신 것이지요.”

“그래도 사경에 이른 이 사람의 목숨을 귀히 여기고 끈질기게 살려내신 은공을 어찌 평생 잊겠소?”

“다행히 제게 손을 거들어줄 여식이 있어서 군주님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보살펴드리는 일이 수월했습지요. 아무튼, 하찮은 일을 놓고 이렇게 상찬을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그런데 낭자는 어디에 있소이까?”

현덕 노인이 몸을 돌려 약간 소리치듯 말했다.

“얘야. 어서 나와서 군주님께 인사 올려라.”

그러자 처녀가 정지 문을 삐걱 열고는 부끄러운 듯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나왔다. 다시 보아도 눈코입하며 자태에 이르기까지 영락없이 지소의 모습을 똑 닮은 처녀였다.

아마도 정지 안에서 어쩌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처녀는 제 아비의 뒤편으로 걸어와서는 살포시 목례를 하고 섰다.

“낭자가 내 명을 구하느라 애써주신 고마운 분이구려. 정말 감사하오. 그래 낭자의 이름은 무엇이오?”

처녀는 머뭇머뭇 쉽게 입을 떼지 못하다가 여리고 맑은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소녀 산단화라고 하옵니다.”

“산단화라....좋은 이름이구려. 생명을 구해주신 정성을 내 결코 잊지 않으리다.”

“......부끄럽사옵니다.”

처녀는 모기소리 만큼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 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곱구나. 이사부는 지소를 쏙 빼닮은 산단화라는 이름의 처녀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밝은 곳에서 처음 보는 처녀는 지소처럼 얼굴이 희고 이목구비가 선명했다. 어디를 보아도 천기(賤氣)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오?”

“열다섯이옵니다.”

열다섯 치고는 좀 성숙하다싶은 얼굴이었다. 이사부는 현덕 노인에게 말했다.

“참으로 어여쁘고 마음씨가 고운 따님을 두셨소이다.”

노인은 머리를 조아렸다.

“황감하신 말씀 듣기가 그저 민망하옵니다.”

“내 오늘은 어른과 낭자와 더불어 잔치를 벌이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왔으니,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즐겁게 지내고자 하오.”

“고맙사옵니다. 저희 부녀가 해드린 일이 결코 귀하지 않거늘, 이리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이사부는 말 잔등에 실려 있던 술과 음식을 내렸다. 현덕 노인과 산단화는 술과 음식을 받아 정지로 가져가서 상을 차렸다.

안방에 상이 차려지자 우선 이사부가 먼저 두 손으로 정중히 현덕 노인에게 술을 따랐다. 노인은 이사부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엉거주춤 술잔을 받았다. 그리고는 이사부의 잔에 공손히 술을 쳤다.

이사부가 현덕 노인에게 물었다.

“처음부터 느낀 바이오만, 촌주께는 어딘가 모르게 귀태가 있으십니다. 어느 가문이오니까?”

“예. 실은 저의 조상께서는 옛날 실직국(悉直國)의 귀족이셨사옵니다. 아시다시피 파사(婆娑)이사금 스물세 해에 사로국에 합병된 이후 가문이 아주 쇠락했지요.”

“그러시군요.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던 제 짐작이 틀리지 않았소이다. 다시 한 번 죽을 목숨 구명해주신 은혜에 감사의 말씀을 올리오.”

두 사람은 그렇게 거나하게 취하도록 술을 마시며 주로 동해 이야기를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바닷가에서 평생을 살아 온 현덕 노인을 통해서 이사부는 그날 동해에 관해서 참으로 많은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산단화는 늦도록 계속된 안방 술자리와 정지를 오가며 그림자처럼 조용히 시중을 들었다.

*

그리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날부터 이사부는 눈을 감으면 산단화의 아리잠직한 모습이 자꾸만 어른거려서 곧바로 잠이 들지 못했다. 아니, 아득히 멀어져가서 다시는 손에 잡힐 것 같지 않던 지소가 곁으로 다시 찾아온 것만 같아서 마음이 달아올랐다.

드문 일이었다. 소년시절부터 전장을 누비고 다닌 장수에게 여인을 가까이 할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따금씩 그럴 기회가 있어도 그저 스쳐가는 인연일 뿐이었다. 위태를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나라의 형편을 보아서도 그렇고, 밤낮없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여인에 대한 사사로운 정 따위에 옭매이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슴속에 깊은 상처로 남은 지소에 대한 그리움마저도 모진 마음으로 꾹꾹 눌러두어야 하는 세월이었다.

처음에는 ‘이래서는 안 된다’하고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여러 마디 말을 건네어본 것도 아니고, 됨됨이를 견주어 본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지소를 워낙 많이 닮은 여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다 죽어가던 자신을 정성으로 살려내 준 고마움으로 시작된 뭉근한 마음이 어느 새 뜨끈해지고 있는 것이 스스로 신기로웠다.

머리맡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던 다소곳한 모습과 마당에서 목례를 하고 섰던 단아한 자태, 그리고 조용히 술시중을 들던 사뿐한 발걸음에 이르기까지 산단화의 모습은 청년장수 이사부의 가슴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산단화가 살고 있는 촌장의 집을 처음 다녀온 지 이레째 되는 날 저녁 무렵 이사부는 끝내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고 말을 몰아 해리현으로 또다시 달려갔다. 해변 길을 내닫는 이사부의 가슴에 새뜻한 연정이 폭발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다시 찾아 온 군주의 모습에 먼저 얼이 빠진 사람은 황황히 마당에 내려선 현덕 노인이었다.

“군주님께서 해 저문 시각에 어인 일로 예까지 납시었사옵니까?”

이사부는 말에서 내려 노인에게 목례를 했다.

“다름이 아니고, 산단화 낭자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소. 좀 만나보고 갈 수 있겠소이까?”

“소인의 딸아이를 보기 위해 오셨다고 하셨나이까?”

“그렇소.”

현덕 노인의 표정에 미묘한 그림자가 스쳤다. 노인은 뒤로 돌아서서 딸을 불렀다.

“얘야. 이리 나와서 군주님께 예를 갖추어라.”

방문이 열리고 산단화가 수줍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마당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었던 터라, 그녀의 표정에도 긴장과 함께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이사부는 산단화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갔다. 저물어 가는 바다는 한결 더 고저늑한 모습이었고,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왔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해변을 걸었다.

“바다가 참 아름답소.”

이사부가 걸음을 계속하며 먼저 말을 꺼냈다.

“예.”

산단화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이사부가 물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나셨소, 아니면 다른 곳에서 살다가 오셨소?”

“소녀 이 마을에서 태어나 한 번도 타지로 나가 본 적이 없나이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또다시 침묵 속에 한참 동안을 가만가만히 앞으로 걸어갔다. 사각거리는 모래 밟는 소리가 파도소리에 섞이고 있었다.

이사부가 갑자기 발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산단화를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보자고 하니 많이 놀라진 않으셨소?”

산단화도 걸음을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선 채로 대답했다.

“괜찮사옵니다.”

이사부가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여기 좀 앉으십시다.”

그러면서 이사부가 먼저 바다를 향해 몸을 돌려 모래톱에 주저앉았다. 산단화도 느린 동작으로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은 또다시 한동안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늘에는 어느 새 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고, 파도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왔다. 봄이 막 지나가고 있는 바닷가의 밤바람이 여간 차가운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리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실 내가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은 내 마음을 낭자에게 좀 물어보고자 함이라오.”

“군주님의 마음이라 하오시면?”

산단화가 뜨악한 표정으로 이사부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렇게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는 처음이었다. 영락없는 지소의 용모였다.

“내가 말이요.... . 실은 지난 번 여기를 다녀 간 다음 하루도 밤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오.”

“무슨 연유로 그러하셨나이까? 여전히 신체가 편안치 아니하시나이까?”

“아니오, 그런 게 아니라오.”

“그러면 대체 무슨 일로.... .” 이사부는 잠시 말을 끊고 또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그의 얼굴에는 무어라고 말해야 하나 마땅한 낱말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빛이 역력했다.

“바로 낭자 때문이오.”

산단화가 더욱 놀란 얼굴로 이사부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소녀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지었나이까?”

“아니요, 아니요. 눈을 감으면 낭자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고, 아련하여 영 잠이 오지 않소.”

“...... .”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부터 그동안 눈에 담아둔 낭자의 자태가 너무나 또렷이 떠올라 내가 아주 얼이 빠진 듯하오.”

“...... .”

산단화는 머리를 더 많이 숙였다. 이사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제서야 조금 알아차린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어깨가 달싹달싹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낭자에게 내 가슴에 든 이 병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달려왔소. 내 마음 속에 무시로 찾아 들어오는 분이시니 그게 뭔지 알만도 하지 않겠소?”

“...... .”

이사부는 그쯤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신기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어온 대장부였다. 그동안 숱한 죽음을 보았다. 창칼에 찔리고 베이어 처참하게 죽어간 군사들, 불에 시커멓게 타 죽은 양민들, 발가벗겨진 채 무참히 능욕을 당하고 난 뒤 목이 부러져 죽은 여인들.... . 물론 그의 칼을 맞고 스러져간 인명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큰 장수가 연약한 한 여인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더듬더듬 연정을 읊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그런 생경스러움은 부끄러움과는 사뭇 달랐다. 가슴속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말이었고, 마음속으로 골백번도 더 되씹었던 의문이었기에 수치스러움 따위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기도 했다. 지소를 놓치고 가슴아파하는 자신을 가엾이 여겨 하늘이 선물을 보내준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조차 들었다.

산단화는 무슨 말을 하기는커녕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사부가 하는 말을 아주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닌 듯 했으나, 그녀는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침묵은 길었다. 이사부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별이 초롱초롱 떠있는 밤하늘에는 어느 새 저 만큼 보름달이 떠올라 바다 위에 금가루를 흩뿌리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매웠으나 냉기가 싫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산단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군주님께서 하시는 말씀 무슨 뜻인지 잘은 모르오나, 저 역시 군주님의 늠름한 모습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생각이 머무는 것도 같사옵니다. 하오나, 군주님은 하늘같으신 분, 저와 제 아비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한낱 무지렁이로 살아가는 하찮은 존재들이옵니다. 서로의 삶이 하늘과 땅 같이 다르오니 딴 마음을 품는 것이 어찌 가하겠나이까? 소녀가 군주님의 심상을 어지럽혔다면 그저 죽을죄를 지은 셈이오니 오직 용서를 빌 따름, 올릴 말씀이 따로 있지 않나이다.”

또박한 산단화의 말솜씨에 이사부는 차라리 전율을 느꼈다.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진작부터 느끼긴 했지만, 그렇게 정연하게 제 생각을 정리하여 말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마치 지소의 화신처럼 느껴졌다.

“좋은 말씀이오. 그러한 줄 내 몰라서가 아니라, 또 그러한 서로의 처지를 아주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이 가슴이 견딜 수 없도록 하도 이상하여 물어보는 말일 뿐이라오.”

산단화는 하늘의 별들을 한동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군주님. 직접 더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소녀가 이제 군주님의 마음을 다 알아들었사오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지요. 무부 중에도 으뜸이시라 저 같은 가냘픈 아녀자 하나 취하는 일이 그리 어려울 까닭이 없을 터인 데도, 소녀를 그리 귀히 여겨주시고 예의를 다해 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나이다. 소녀 또한 어미도 없이 아비 손에서만 자란 몸이라, 아비의 내리사랑 못지않게 부친을 여투는 마음이 깊답니다. 해서, 제가 더욱 숙고하고 아비의 뜻을 받들어 처신할 것이오니 부디 혜량하시옵소서.”

이사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산단화는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다. 바닷가 달빛 아래에서 산단화의 자태는 더욱 고와서 마치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 아름다웠다.

*

처음 그렇게 산단화를 만난 이후 이사부는 그리움을 못 견딜 때면 혼자서 말을 타고 해리현으로 달려갔다. 이상스럽게도 산단화를 만나면 마음이 편했고, 피로감마저도 말끔히 씻겼다. 처음부터 범상치 않아 보이던 인상에 걸맞게 산단화는 명석하고 지혜로움이 가득한 처녀였다. 이사부는 첫사랑 지소를 똑 닮은 그녀에게서 서서히 숙명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마저 다 흘러가도록 이사부는 간헐적으로 산단화를 찾아 달려갔다. 말갈족 큰 도적들과 전투가 벌어졌을 적에는 달포를 못 들른 적도 있었지만, 꾸준한 만남으로 두 사람은 훨씬 더 친밀해졌다. 그랬어도, 이사부를 맞는 산단화의 몸가짐은 흐트러짐이 전혀 없었다. 그런 옹골진 산단화의 모습은 이사부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이따금씩 견디기 힘든 그리움으로 부풀어 오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말을 몰고 해리현으로 달려간 이사부는 그 날도 산단화와 나란히 추운 겨울해변을 거닐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예감이 있었던지, 산단화의 얼굴도 다른 날처럼 해맑지는 못했다. 이사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낭자를 깊이 연모하고 있음은 설명이 더 필요한 일이 아닌 듯하오. 나와 산단화 낭자 사이에 끊지 못할 질긴 운명의 끈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 내 느낌이라오. ... 다름이 아니라, 내가 오늘은 낭자를 아주 데리고 실직성으로 가고자 하니 기꺼이 응해주시기를 바라오.”

산단화는 시름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소녀 역시 군주님을 마음에 소중히 담은 채 살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지엄한 신분의 차이가 천길만길이오니 어찌 함부로 용기를 내겠나이까.”

이사부는 손사래를 쳤다.

“남녀가 연분으로 만나 서로 곁에 두고 살자 하는데 신분의 고하가 무슨 상관이리오. 나는 괜찮으니 낭자가 용단을 내려주시오.”

“이 몸이 군주님의 뜻을 따르기가 어려운 이유는 또 있나이다. 오직 이 어린 여식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오신 늙은 아비를 두고 홀로 떠난다는 것은 자식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옵니다.”

산단화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이사부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문제라면 걱정 마시오. 내 그대와 그대의 아비 현덕 어른을 함께 모실 터이니.... 그러면 되지 않으리까?”

“하지만 군주님. 제 아비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압니다. 아마도 아비는 바다를 끝내 떠나지는 못하실 것이옵니다.”

“어쨌든 내가 현덕 어른의 의사를 직접 여쭙겠소.”

그렇게 말하는 이사부의 모습을 바라보며 산단화는 기어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

안방에서 마주앉은 현덕 노인은 철을 넘기며 계속된 이사부의 거듭된 방문과 딸아이의 변화를 적이 걱정해온 표정이었다. 이사부는 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말문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여쭙겠소이다. 이미 눈치를 채셨으리라 믿소이다만, 산단화 낭자의 은정을 되새기다보니 내가 불현듯 연정을 가슴에 깊이 품게 됐소. 이번에 따님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길 바라오.”

현덕 노인은 뭔가 예견을 하고 있었던 듯 그리 당황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산단화가 찻상을 받쳐 들고 방에 들어왔을 때에야 노인은 비로소 입술을 뗐다.

“딸아이로부터 그 동안 군주님에 관한 말씀 잘 들어왔나이다.”

“따님은 아비가 걱정이 되어 수월히 따라나서기가 어려운 입장인 듯하니, 웬만하면 어른께서도 저와 함께 성으로 가시는 게 어떠할까 하오만.”

그러자 현덕 노인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이사부는 적잖이 당황했다. 노인이 엎드린 채 말을 했다.

“그저 천덕꾸러기에 지나지 않는 저희 두 부녀에게 베풀어주시는 군주님의 은애하심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그 크나큰 은덕을 어떻게든 감당함이 마땅하오나, 소인은 이 바다를 떠날 수가 없사옵니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던 터라 소인은 해풍이 아니면 숨을 쉴 수 없는 어찌하지 못할 바닷사람이옵니다. 이곳 동해를 정녕코 떠날 수가 없사오니, 동행하라는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이사부는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어른의 뜻이 무엇인지는 알겠소. 그렇다면, 낭자라도 내게 내주어 함께 가게 해주실 수는 없겠소이까?”

그러자 그때까지 조용히 지켜보던 산단화가 머리를 조아렸다.

“소녀에게도 얼마든지 군주님을 따라나서고 싶은 한 마음이 있나이다. 하오나, 아까 말씀올린 대로 저 역시 아비를 두고 떠나서는 한 시도 살 수 없는 천명이 있사옵니다. 그러하오니 부디 지금 당장에는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산단화의 눈은 이미 눈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난감한 일이었다. 딸을 함께 가자하니 아비를 두고는 못 가겠다 하고, 아비에게 함께 가자하니 바다를 두고는 못 가겠단다. 이사부는 할 말을 잃었다.

*

한참 만에 침묵을 다시 깬 것은 현덕 노인이었다.

“기왕에 이리 된 것, 소인의 생각을 숨김없이 사뢰어도 괜찮겠나이까?”

이사부는 눈이 번쩍 띄었다.

“기탄없이 말 하시오.”

“천하의 영웅호걸로서 창대한 나랏일을 하시는 장군 같으신 어른께서 미욱하기 짝이 없는 여식을 그토록 은애하신다는 데 내어주지 못할 부모가 어디에 있겠나이까. 하오나,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면 누구나 그러하듯 소인 역시 아무리 못난 자식일지언정 딸아이의 앞날을 걱정하는 처지에서 저어함이 크나이다.”

“저어함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지금은 두 사람이 순간 간절하여 그렇다하나, 장군께서는 제 딸아이가 내내 안온한 삶을 영위토록 지켜 가시기가 여의치 않으실 것이옵니다.”

“그렇지 않소.”

“송구하오나 소인의 말씀을 좀 더 들어보시옵소서. 군주님께서는 신라국의 왕족이시라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라국의 왕족들은 순혈을 지키기 위해 귀족들 사이에서만 정식 혼인을 하는 전통이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더군다나 군주님은 사나운 전장을 돌아치느라 영일이 없는 장군이시오니 나중에 딸아이를 챙길 여유가 어찌 있을까 두렵사옵니다. 그런 세월을 제 아이가 또 어찌 견딜까 도무지 안심이 안 되옵나이다. 더욱이 아이는 이제 열다섯, 그런 모진 삶을 견디도록 성숙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옵니다. 소인의 어리석은 생각을 통촉하옵소서.”

“아니오, 아니오. 내 낭자를 데려다가 귀히 보살피며 살아갈 것이오. 믿고 딸려 보내도 아무 탈이 없을 것이오.”

“...... .”

노인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산단화는 울음소리를 삼키며 여전히 눈물만 훔치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또다시 시간이 흐른 다음 현덕 노인이 다시 어렵사리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정히 그러하시다면 제가 제안을 하나 올릴까 하옵는데 괜찮겠나이까?”

“제안이라..... . 말해보시오.”

“판단컨대 군주님께서는 앞으로 나라를 위해 더욱 종요로운 일을 하시느라고 여념이 없을 것으로 짐작되옵나이다. 앞으로 봄여름가을겨울 사철 세 번을 말미를 두어 그 이후에도 제 딸아이에 대한 군주님의 은애하심이 여전하시거든 그때에 와서 데리고 가시옵소서. 물론 그 안에 소인이 이 아이를 다른 사내에게 내어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 .”

이사부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반석 위에 올랐다고 할 수 없는 나라의 크고 작은 일을 위해 자신이 분골쇄신해야 할 일들이 태산 같으리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딸 산단화의 인생을 깊디깊게 걱정하는 현덕 노인의 마음이 뜨겁게 느껴졌다. 이사부가 산단화를 연모하는 마음은 딸을 향한 현덕 노인의 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듯했다.

이사부는 결국 현덕 노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소이다. 어른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겠소.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만 세 해가 지난 다음 반드시 산단화 낭자를 데리러 다시 올 터이니 그 때는 절대로 딴 말 말아 주시오.”

“군주님의 배려하심에 감격하나이다. 은혜에 감읍하나이다.”

현덕 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곁에 엎드린 산단화 역시 어깨를 들썩이며 더욱 크게 흐느꼈다.

*

그날 이사부와 산단화의 이별은 길고도 길었다. 두 사람은 바닷가에서 서로 손을 잡은 채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사부는 문득 산단화에게 정표로 내어줄 뭔가를 생각해냈다. 그것은 모친이 준 색동 복주머니였다. 이사부는 품속에 지니고 있던 복주머니를 꺼내어 산단화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것은 내 어머님이 몸에 지니고 있으라고 내게 만들어준 복주머니라오. 내 마음이 변치 않을 것이라는 신표로 이것을 낭자에게 줄 터이니 간직하도록 하시오.”

산단화는 놀라움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양하며 복주머니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이 귀한 물건을 어찌 저 같이 천한 아녀자가 받을 수 있나이까? 거두어 주옵소서.”

이사부는 완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오. 낭자가 정표를 잘 간직했다가 훗날 다시 만날 때 내게 보여주어 마음속에 나를 품고 살았음을 증명해주오.”

산단화는 또다시 고개를 숙인 채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바다에서 나는 파도소리마저 한없이 구슬픈 밤이었다.

-연재 6회에 이어집니다-

<註>

* 실직국(悉直國, 실직곡국悉直谷國, 삼척 지역에 있던 삼국시대 초기의 소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