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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단 3000마리뿐인 새가 내 눈앞에, "삼촌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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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04  0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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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2013년이 되기 전인 2012년 연말에 4박 5일로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되는 운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삼촌은 평소에 캠핑이나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외숙모가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내게 기회가 온 것. 삼촌이 같이 제주도에 갈 마음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 냉큼 가겠다고 했다. 올해 졸업하여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학교 수업발표회와 방학식이 여행 기간과 겹쳤지만, 지체 없이 제주도 여행을 선택했다.

삼촌과 나 그리고 6살 사촌 동생 연수. 우리는 하얀색 모닝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산방산, 윗세오름, 우도, 강정마을, 거문오름, 섭지코지 그 외 많은 박물관과 관광지들을 돌아다니고 잠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해결했다. 5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적어 보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나는 여행 기간 중 제일 특별했던 둘째 날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날씨부터 우리 편이었다. 차 타고 이동 중에는 날씨가 안 좋았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날씨가 푸른 하늘로 바뀌곤 했다.

삼촌은 제주도 여행을 오기 전에 제일 가고 싶은 곳 5군데를 정하라고 했는데, 내가 선택한 곳 중 한 곳은 바로 제주도 하도리 철새도래지였다. 두 번째 날 일정은 하도리 철새도래지에 들렀다가 우도에 들어가는 것. 나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 아침 일찍 바다 해변으로 나갔다. 떠오르는 해는 구름에 가리고 매서운 바닷바람에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바닷가엔 새가 많았다.

근처 한 건물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폐수가 하수구로 통해 바다로 쏟아지고 있었다. 바다 환경에 유해한 물질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한 물이 쏟아지자 새들이 하수구 앞에 모두 모여 있었다.

흰뺨검둥오리, 가마우지,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재갈매기, 알락오리, 괭이갈매기 그리고 국내에선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흑로도 있었다. 모든 생물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맞춰 진화하기 마련인데, 이 흑로라는 녀석은 처음 보자마자 자신의 환경에 잘 진화해왔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흑로는 제주도 해안가에서만 볼 수 있는데 제주도 해안가는 전부 시꺼먼 먹돌들이니 흑로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흑로도 이름 그대로 먹돌처럼 시꺼멓기 때문이다.

아침밥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간단한 빵으로 때우고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확실히 운이 좋긴 하다. 출발부터 물수리 한 마리가 해안도로를 따라 날면서 바닷물 속을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촌은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물수리와 속도를 맞추며 운전을 해주셨다. 마침 물수리가 하늘을 나는 방향과 우리가 가고 있던 방향과 맞아 다행이었다. 물수리는 바닷물 속 물고기를 찾으며 날다가 어느 한순간 날개를 접고 아래로 하강하였다. 그리곤 물고기를 낚아올릴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어 물고기를 사냥을 해야하는데 이번 하강은 그냥 맛보기였는지 물을 스치듯 날다가 다시 날아올랐다. 아쉽다. 멋진 사냥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물수리는 날아가고 우리도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향해 갔다. 근데 이 물수리, 우리랑 목적지가 같았는지 차에서 내려 하늘을 보니 녀석도 어느새 하도리 철새도래지에 와 있었다.

넓은 저수지처럼 되어있는 하도리 철새도래지에는 많은 오리류가 있었다. 창문 밖으로 제일 먼저 보인 건 물닭. 많은 물닭이 산책로 가까이에 몰려있었다. 생긴 게 통통해서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도 '치킨'이 떠오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닭 외에도 혹부리오리, 알락오리, 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넓적부리, 댕기물떼새, 새매 등 다양하고 많은 새가 보였다.

새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물 가장자리에 있거나 먼 곳에 있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보기가 쉽지 않다. 마침 앞에 사람들을 위한 탐조대가 있기에 그곳으로 곧장 가봤다. 탐조대에는 철새 사진들과 망원경이 한 대 놓여 있었다. 시설을 꽤 잘 지어놨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제주도는 우리 한국 육지와는 달리 뭔가 특별한 것 같다. 땅 지형도 특이하고 무엇보다 새를 좋아하는 나한테 있어서 제주도가 특별한 이유는 여름 철새들을 겨울에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총새, 해오라기 등 여름 철새들이 눈에 띄었다. 따뜻한 남쪽 지방이라 그런지 여름 철새들이 제주도로 월동을 하러 오는 것이다. 그 여름 철새 중에서도 내가 찾고 있던 것은 제주도의 저어새였다.

천연기념물 205호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대부분 서해의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동남아 쪽으로 월동하러 가는데, 제주도에도 월동하러 내려오는 저어새들이 있다고 하여 녀석들을 찾으려고 망원경으로 한번 새들을 훑어봤다. 안 보인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처음 오는 곳이라 지형은 모르지만, 일단은 가보는 것이다. 갈대밭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저어새 한 마리가 머리를 몸에 묻고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겨울에도 저어새가 있긴 있구나. 곧이어 또 한 마리가 바로 나타났다. 바다 쪽에서 날아와서 다른 갈대밭으로 날아간다.

그곳은 차로는 못 들어가는 곳이었기에 나는 걸어서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나 새들을 날려버리는 상황이 일어났다. 걸어가서 가까이서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멀리서나 한 장 찍으려 했는데 지리를 모르는 바람에 새들과 사람이 걷는 길이 그렇게나 가까운 줄 모르고 걸었던 것이다. 오리는 물론 바위절벽 뒤에 숨어있던 저어새들도 다른 새들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날아올랐다. 저어새가 4마리나 된다. 보고 싶었던 저어새들도 봤으니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떠나기로 했다.

다음 일정지인 우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배 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 전에 성산일출봉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나는 차를 타고 이동 중일 땐 항상 창 밖의 풍경을 본다. 낮잠을 원래 안 자는 편이기도 하고 풍경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새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난 이런 내가 너무 좋다. 이러한 생활 습관 덕분에 이날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떠난 지 얼마 안 되고 창 밖을 보고 달리는 도중 나는 갈대밭이 있는 한 작은 습지에서 어떤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갈대에 몸이 대부분 가려진 상태라 잘 안 보였지만, 저게 무슨 새라고 판단하기에는 충분했다. 뒷모습인데다 땅에서 뭔가를 찍어 먹는지 머리를 숙이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새하얀 색의 그것. 달리는 자동차에서 창문 밖으로 그것을 본 그 순간, 내 머리는 컴퓨터처럼 돌아갔다. '하얗다. 근데 크다. 다리도 길다. 백로보다 훨씬 크다. 하얀데 백로보다 크면 두루미 종류다. 두루미 종류인데 하야면 시베리아흰두루미다!'

"삼촌 유턴~!"

와 이건 정말 대박이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 시베리아흰두루미가 찾아왔다는 글을 본 기억이 갑자기 났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길가 가까이에 있었지만, 갈대밭 깊숙한 곳에 있어서 몸 대부분이 가려진 상태였다. 이 도로에 있는 갓길은 다행히 우리가 타고 있는 모닝처럼 조그만 자동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막혀 있었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차가 모닝이라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

가까이 와서 보니 시베리아흰두루미가 확실했다. 녀석은 갈대밭 속에 몸을 숨기고 습지에 있는 뭔가를 열심히 주워 먹다가 고개를 올려 주변을 한번 살피고를 반복했다. 갓길 옆을 쌩쌩 지나가는 저 자동차들은 이곳에 시베리아흰두루미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겠지. 만약 봤다고 해도 이 새가 얼마나 보기 어려운 새인 줄은 알까?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세계적으로 약 3000여 마리 남았고 주로 중국에서 월동하는데 한국에는 몇 년에 한 번 한두 마리가 강원도 철원이나 DMZ 안쪽에서나 발견되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제주도에서 보이다니 무슨 일로 여기까지 날아왔을까.

저 녀석을 언제 또 볼지 모른다고...

녀석이 있는 갈대밭에서 왼쪽으로 5m 정도 떨어진 곳은 갈대밭이 없는 탁 트인 습지였다. 난 제발 녀석이 그곳으로 나와 줘서 전신을 드러내 줬으면 하고 바랐지만, 녀석은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을 왔다 갔다하면서 갈대밭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10분… 20분…. 탐조할 때 기다림은 기본이지만, 난 오늘 탐조하러 온 것이 아니다. 여행 중인 거지. 나 혼자 있었으면 하루 종일 있었겠지만, 일행도 있고 우리의 일정도 있었다. 게다가 6살 연수가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나 보다.

"우리 언제 가? 응? 언제 가?"

"형 사진 찍는 거 끝나고 나면. 건담 볼래?"

삼촌이 다행히도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연수의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연수가 빨리 가자고 계속 재촉할까봐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연수야, 이 순간은 내게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야. 내 남은 인생에서 저 녀석을 언제 또 볼지 모른다고…. 정말 마음 같아서는 하루종일 이곳에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삼촌에게 물어봤다.

"저희가 일정이 있잖아요. 제가 사진 찍을 여유가 언제까지 있죠?"

"연수가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너무 초조했다. 연수가 휴대폰 게임으로 지루함을 달래다가 배터리가 다 떨어졌고, 노트북으로 애니메이션 건담을 보는데 노트북 배터리도 언제까지 버텨줄 지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곧 연수가 배고플 점심시간이다. 나는 빨리 시베리아흰두루미가 갈대밭 속에서 나와 몸을 드러내주길 기다렸다.

녀석이 어느 순간 먹이 먹던 걸 중단하고 목을 빼내어 몇 분간 주변을 살폈다. 혹시 드디어 나와 주려나? 설마는 역시 역시다. 녀석이 드디어 그 긴다리로 겅중겅중 걸으면서 탁 트인 습지로 나와 준 것이다. 우리 차도 곧 바로 붙어 따라갔다. 오랫동안 여기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경계심은 많이 풀려있는 상태라 우리 차량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찰칵 찰칵. 내 손가락이 바빠졌다. 한국의 재두루미와 두루미도 이렇게 가까이서 찍어 본 적이 없다. 녀석은 세수하며 부리에 묻은 흙들을 씻겨냈다. 사진이야 어찌됐건 가까이서 찍었으니 대만족. 하늘을 나는 사진도 좋았겠지만, 녀석은 너무나도 편안히 휴식하고 있어서 하늘을 날 일은 없을 듯 했다.

"소리를 질러서 날리면 되지 않을까?"

삼촌이 내게 물어봤다. 나는 가볍게 "아니요~"라고 답했다. 탐조하면서 새들을 일부러 날리거나 연출해서 사진을 찍는 사진사들을 종종 만난다. 새를 사람이 날리면,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더 늘어나고 하늘을 날아오를 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등 갖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학교 아이들에게 '새를 날리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다가 와 닿지도 않는 설명을 하는 게 웃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삼촌에게 설명을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다른 생명을 괴롭히지 않고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새들이 잘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날리는 것은 사람들로 치면 침대 위에서 잘 쉬고 있는데, 갑자기 깨워서 전력질주를 시키는 것과 같다. 만약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면 기분이 좋을까? 입장 바꿔 생각하면 참 쉬운 일이다.

시간이 어느새 12시다. 가까이서는 찍었지만, 사진을 예쁘게는 못 찍어서 아쉬웠다. 아무리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지만, 계속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죄송했기에 가자고 했다.

"정말 가도 괜찮겠어?"

삼촌은 내게 다시 한 번 물어봤지만, 난 가자고 했다. 근데 이제 생각해보니 좀 후회된다. 역시 더 찍고 오는 건데…. 원래 욕심이란 것은 끝이 없는 법이다. 우리는 남은 여행기간 동안 제주도 여행을 즐겁게 즐기다 왔다. 혹시 또 마주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저 귀한 녀석을 내 남은 인생에서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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