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안 휘 / 그림:문 악 보

‘우산도(于山島)’                 

               -이사부, 우산국을 정벌하다 -

제7장- 불 사자(獅子)

 7.1 산악훈련

“다 됐다!”

  널따랗게 펼쳐 놓은 여러 개의 대형 죽렴(竹簾) 위에다가 온갖 정성을 들여 설계도를 그리던 이사부는 자기도 모르게 환호성을 쳤다. 삼월이 다 지나가던 늦은 봄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다.

  경천선사를 배알하고 온 이후 이사부는 깊은 고민에 빠져 들었다. 선사가 했던 말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되새김질하면서 암시의 본뜻을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쉽게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잠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밥도 잘 먹지 못할 정도로 궁리에 몰두하던 이사부는 어느 날 새벽 드디어 무릎을 쳤다.

  이사부는 그 새벽부터 아장 직삼을 불러 함께 밤낮으로 목각사자의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자의 몸은 생김생김이 호랑이와 비슷하고 덩치는 황소만하다.... . 얼굴모양은 콧등이 아주 높은 인간의 모습을 많이 닮았고, 코의 빛은 검다. 커다란 입에 아래 위 송곳니가 길고 날카로우며 눈은 위로 길게 치켜 찢어졌느니라. 특히 수놈은 목덜미에 빙 둘러 암갈색 갈기가 수북하게 나 있어서 머리가 유독 커 보이고 위협적이며 기풍이 당당하니라.... . 꼬박 열흘 동안을 경천선사의 말을 수없이 되뇌면서 죽렴 위에다 사자의 모습을 그렸다 지웠다 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사자의 형상과 함께 목우사자의 각종 부위를 제작할 설계도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이 설계도대로 목우사자를 제작하는 일에 무리가 없겠느냐?”

  이사부가 설계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직삼에게 물었다.

  “문제가 없나이다. 몰아쳐서 일을 하면 넉넉잡고 보름이면 족할 듯싶사옵니다.”

  “불방망이를 쏠 수 있는 쇠뇌를 턱 아래쪽에 장착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잘 알고 있나이다.”

  “언제부터 제작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전선제작이 마무리작업 중인 데다가, 소장이 미리 목공들에게 재료들을 준비하라 일러놓았기 때문에 내일이라도 바로 제작에 착수할 수 있나이다.”

  “그래?....그러면 내일부터 당장 목우 제작에 돌입토록 하라.”

  “명 받들겠나이다.”

  이사부는 주청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식비(食婢) 아이를 불러 주안상을 보아 오도록 시켰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오늘은 나와 함께 곡주나 한 잔하고 모처럼 푹 쉬도록 하라.”

  “황감하옵니다. 군주님.”

  “엊그제 병사들의 훈련 상태를 잠시 살펴보니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선상에서의 움직임이 예전과 같지 않고 능숙하여 아주 마음이 든든하다. 아장의 노심초사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느니라.”

  “과찬에 소장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병사들이 하나로 단결하여 오랜 나날 무진 고생을 잘 견뎌준 덕분이옵니다.”

  이사부의 칭찬에 직삼은 고개를 조아리며 황송해했다. 관솔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이 새삼스럽게 컁컁해 보였다. 막중 국가대사로 동분서주해야 하는 하슬라 군주의 휘하로 들어 온 이래, 한 시도 편히 지내지 못하고 격무에 시달렸을 터이니 왜 아니 그러랴 싶었다.

   주안상이 나왔다. 이사부는 술병을 들어 직삼에게 잔을 권했다.

  “자, 그간 애썼다. 한 잔 받으라.”

  직삼은 무릎을 꿇은 채 술잔을 받아들었다. 이사부는 잔이 차도록 가득 술을 따랐다.

  “감사하옵니다. 군주님.”

  잔을 내려놓은 직삼이 이번에는 이사부의 잔에 두 손으로 공손히 병을 기울여 술을 쳤다. 공기 속에 여름 냄새가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 하절기가 막 시작되고 있는 중이었다.  

  “맑은 공기가 들도록 방문을 활짝 열어라.”

  이사부는 대기하고 있던 배복(陪僕)에게 일러 방문을 모두 열게 했다. 바깥으로부터 일몰 이후에 형성된 서늘한 바람이 후루룩 몰려 들어와 코끝을 스치면서 몇 날 몇 밤을 지새운 피로를 조금은 씻어주는 듯 했다.

  “이제부터는 실전을 가정한 마지막 훈련을 해야 한다. 문제점이 없는지 내가 직접 점검하여 철저히 보완할 것이다.”

  “알겠나이다. 명을 받자와 마무리훈련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나이다.”

  직삼의 눈이 빛났다. 누구보다도 결전의 의지가 깊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사부는 든든했다. 이사부가 다시 술병을 들어 직삼의 잔에 술을 채웠다. 직삼은 무릎을 꿇은 채 술잔을 받았다.  

  “그건 그렇고, 일전에 내가 일렀던 대로 목각남근은 만들고 있느냐?”

  “예. 틈틈이 만들어서 지금은 거의 일천여 개에 이를 것이옵니다.”

  “출병 때 요긴하게 쓸 것이니 계속 만들어서 잘 보관해두도록 하라.”

  “알겠사옵니다.”

  깊어가고 있는 밤, 어둠을 뚫고 어디선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자가곡 조선장.

  수리와 보완작업이 완료된 대장선(大將船) 위에 목우사자 제작을 위한 작업장이 차려졌다. 멀리에서도 잘 보이도록 해야 하니, 전선 위 뱃머리에서 직접 제작하여 고정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우선 대장선 위에서부터 제작을 마친 다음, 선봉 중군 공격선 일곱 척의 전선 뱃머리에 목우사자를 만들어 붙이기로 했다.

  “이 설계도를 잘 보아라. 크기는 황소만하고, 몸의 형태는 호랑이와 유사하나 얼굴 생김생김이 사람을 닮았다 했다. 특히 수놈사자의 얼굴에는 목덜미에 빙 둘러 암갈색 갈기가 수북하다고 했느니라. 위협적이고 위풍이 당당한 형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사부는 목공들을 모아놓고 목우사자의 형상과 제작방법을 설명했다. 목공들은 뱃전에 펼쳐진 죽렴 위 설계도를 세세히 뜯어보며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을 앞두고 얼굴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이윽고 아장 직삼이 나섰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군주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대장선에 목우사자를 만들어 붙이는 작업을 개시한다. 이곳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른 일곱 척의 공격선 위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목우사자를 제작 설치할 것이다. 가능한 서둘러 작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알겠느냐?”

  “예.”

  목공들은 일제히 대답을 하고 연장을 챙겨들었다. 목공장이 각자에게 역할을 분담하도록 작업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이사부는 대장선 뱃머리에서 목공들이 설계도 앞에 모여 목우사자의 얼개를 가늠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직삼에게 말했다.  

  “한 치도 어긋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염려 마시옵소서. 여기 목공들은 모두 빼어난 솜씨를 가진 자들이오니, 뜻하신 대로 사자형상을 잘 지어낼 것이옵니다.”

  “암, 그래야지. ...자, 이제 연무장으로 가자.”

  이사부는 앞장서서 대장선을 내려와 연무장으로 향했다.

  해변 연무장에는 병사들이 군별로 나뉘어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얼굴은 누구랄 것도 없이 한 겨울 그리고 한 봄내 계속된 고된 훈련으로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사부는 훈련 중인 병사들의 기상을 살펴보았다. 팔팔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사부는 지휘소에 들어 군장 부장들을 불러 모았다. 긴 시간 병사들과 고락을 같이 한 장수들의 얼굴 또한 모두 구릿빛이었다.    

  “잘 들어라. 출병을 앞두고 해야 할 마무리훈련은 산악전, 상륙전, 해전 등으로 구분하여 세 단계로 실시한다. 따라서 전군은 내일 황병산(黃柄山)으로 이동하여 특별훈련을 시작할 것이다. 채비를 단단히 하라.”

  “알겠나이다.”

  휘하 장수들은 모두 힘찬 목소리로 이사부의 명을 받았다. 이윽고 중군장 무덕이 나서서  말했다.

  “언제 출병을 할 것인지, 적당한 시기를 정해야 하지 않겠나이까?”

  이사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출병 시기를 잡을 때가 되었다. 신중히 추진하되 최소한 유월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제장들은 어떤 의견인가?”

  좌군장이 나섰다.

  “소장의 생각으로도 지금부터 마무리 훈련을 부지런히 마친 다음 유월 초순경에 출병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하옵니다.”

  우군장이 말을 이었다.

  “유월 초순이 해풍의 방향도 맞고, 날씨도 항해에 가장 적합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사옵니다. 소장의 생각도 그 무렵으로 출병날짜를 잡는 것이 합당하다고 믿사옵니다.”

  그러자, 다른 장수들도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감을 표시했다. 이사부가 결론을 내렸다.

  “제장들의 견해가 그러하다면, 유월 초로 출병 날짜를 잡기로 하겠노라. 모두들 그리 알고 출병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 알겠느냐?”

  “예. 명심하겠나이다.”

  군장 부장들이 모두 입을 모아 기운차게 대답했다.

*

  산악전투 훈련을 위해 황병산으로 향하는 군사들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사기가 높고 전투력이 높아졌다는 증좌였다.  

  이사부는 호위병들과 함께 말을 달려 미리 물색해 놓았던 훈련장으로 먼저 들어갔다. 직접 목격하고 온 울릉도 지형과 유사한 가파른 계곡이었다.

  뒤따라 병사들이 당도하자, 이사부는 군장들을 불러 모아 계곡의 지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울릉도의 지형은 대개가 이곳보다 경사가 훨씬 더 심한 계곡들로 이뤄져 있다. 병사들에게 울릉도 상륙 후에 펼쳐 질 산악전에 대비하여 계곡의 비탈을 치고 오르는 훈련을 시켜 놓아야 할 것이다. 오늘부터 이 일대에서 노영(露營)하면서 산악전 훈련을 할 것이니, 각 군장들은 숙영지를 구축한 다음 계획대로 훈련에 돌입하라.”

  “알겠나이다.”

  군장 부장들은 힘차게 대답하고 각기 자기 부대로 돌아갔다.

  훈련은 혹독하게 실시됐다. 밧줄을 이용하여 절벽을 오르는 요령에서부터 등걸나무와 바위를 굴려 내리는 공격에 대비한 훈련, 위에서 내려쏘는 화살을 막아내기 위해 방패를 적절히 사용하는 훈련 등이 포함됐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훈련에 힘겨워하면서도 장졸들은 훈련과정을 잘 참아냈다.

  훈련이 닷새 째 계속되고 있을 즈음 아장 직삼이 황병산 훈련장으로 주무(州務)보고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래, 조선장 목우사자 제작은 수월하게 잘 진행되고 있느냐?”

  이사부는 직삼을 보자마자 먼저 물었다.  

  “예. 차질 없이 잘 진척되고 있나이다. 현재 총 여덟 척 중 다섯 번째 전선에서 작업이 착수됐나이다.”

  “불방망이를 쏘아댈 쇠뇌를 설치하는 작업은 어찌 되었느냐?”

  “사자의 입 바로 아래에 노(弩)를 붙여놓고 불방망이를 잇달아 쏘아 올리는 시험까지 해 보았는데, 아주 훌륭하게 잘 되고 있나이다.”

  “멀리서 보면 사자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모습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영락없이 맹수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보였사옵니다.”

  “잘 된 일이다. 며칠 후 산악훈련이 마무리된 다음 본영으로 돌아가면 내 직접 한 번 살펴 볼 것이다.”

  “소홀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나이다.”

  보고를 모두 마친 직삼은 산악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말을 몰아 다시 하슬라 주청으로 돌아갔다.

*  

  전선 뱃머리에 설치되고 있는 목우사자는 훌륭했다. 몸에는 누런빛이 나는 밝은 황토염료를 겹겹이 발라 멀리서 보아도 눈에 잘 띄었다. 또 사람의 얼굴을 닮은 커다란 머리통 목둘레에는 뺑 돌아가며 가늘게 잘라 다듬은 소나무 껍질을 갈기처럼 풍성하게 붙여 놓아 충분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머리통을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아래에서 손잡이를 돌려 좌우로 움직이게 하면 조금만 멀찍이서 보아도 마치 살아있는 맹수처럼 실감이 났다.  

  사자의 턱 아래쪽에 고정된 쇠뇌는 원통을 돌려 시위를 당긴 다음 한 번에 대형 화살을 동시에 세 개까지 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화살촉에 기름을 먹인 짚 뭉치를 달고 불을 붙여 쏘자 영락없이 사자가 불을 멀리까지 토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만족스러웠다. 이사부는 경천선사가 일러 준 사자의 모습이 어김없이 이러하리라 믿었다. 게다가 머리가 움직이거나 불을 뿜어대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으니,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할 것이라 여겨졌다. 목우사자를 제작하여 뱃머리에 세우는 일은 가속이 붙어서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산악훈련을 마치고 본영으로 돌아 온 군대는 곧바로 상륙전 훈련에 돌입했다. 사실상 상륙훈련은 그 동안 워낙 많이 해왔던 터라 딱히 나무랄 곳이 있지 않았다. 이사부는 군장 부장들에게 울릉도 골계의 지형을 지도로 그려 상세히 알려주었다. 물론 우산국 왕궁의 생김새며 특성에 대해서도 세세히 일러주어 기동성을 갖고 점령할 수 있는 훈련을 하도록 했다.  

  상륙전 훈련은 전선 위에서 목우사자가 불을 토하면서 섬 쪽으로 진격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각종 무기를 든 병사들이 섬에 내리지 마자 전투대형을 구축하여 파죽지세로 공격해 들어가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상륙전 훈련이 끝날 즈음 모든 전선의 제작 및 수리와 함께 뱃머리에 목우사자를 만들어 붙이는 작업도 함께 마무리됐다.

  해전 훈련은 자가곡 앞바다에 서른 한 척의 배를 모두 띄우고, 대장선의 지휘를 받아서 진(陳)을 변경해가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훈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적선과의 접전에 대비하여 그동안 근접전 훈련을 많이 해둔 병사들의 몸놀림은 능수능란했다.

  배 위에 오른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기설기 엮은, 머리통이 쑥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큰 죽람(竹籃)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지난 번 일차 출병에서 겪은 것처럼 새들이 머리통과 얼굴을 쪼아댈 경우를 대비하여 만들어 낸 최소한의 방책이었다.  

  이제 다 되어가는구나. 이사부는 일차 출병 실패 이후 절치부심해온 우산국 정벌의 때가 다시 무르익고 있음이 감격스러웠다.

*

  한밤중에 잠이 깨었다. 꿈에 산단화가 보였다. 꿈속에서 이사부는 산단화와 단 둘이 돛배를 타고 있었다. 해맑은 얼굴로 웃고 있는 산단화의 모습을 본 것도 잠시....돌연 거센 풍랑이 일었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산단화는 뱃전에서 낙화처럼 바다로 굴러 떨어졌다.  

  꿈에서 깨어나니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껏 살아있기나 한 것일까. 칠월이면 해랑신에게 올리는 제사의 제물로  바쳐질 것이라던 우직의 말이 생각났다. 방안이 더웠다. 여름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사부는 방문을 활짝 열었다. 시원한 바람보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먼저 달려 들어왔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했다. 별을 바라보며 이사부는 마음속으로 산단화 낭자가 살아있기를 빌었다.  

  곤한 기운이 삭신과 눈시울에 배어 있음에도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장마가 일찍 닥칠 지도 모르니, 예정대로 유월 초에는 반드시 출병해야 할 것이다. 이사부는 우산국 정벌에서 겪게 될 전투의 양상을 머릿속에 그리며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우선, 울릉도에 접근하고자 할 즈음에 지난번처럼 바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목각남근을 이용하여 잠재워야 할 것인데, 과연 그런 방책이 제대로 통하기는 할 것인가. 괭이갈매기와 깍새, 흑비둘기의 공격도 있을 것이다. 대나무 소쿠리들을 준비하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과연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때 문득, 이사부의 뇌리에 경천선사가 준 사자의 분뇨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스승께서는 새들이 무차별로 날아들어 공격하는 일로부터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자의 똥을 주신 것이 아닌가. 사자란 본시 만(萬) 짐승의 왕이다. 어쩌면 목우사자의 위용에 날짐승이든 길짐승이든 그 어떤 짐승들도 일절 범접을 못할 것이다. 이사부는 쾌재를 불렀다.

  “과연 스승님이시로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신라를 아끼고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의 은혜가 새삼 황송하게 느껴졌다. 생각한 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우산국 정벌은 제일 큰 난관을 넘어갈 것이다. 이사부는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별빛이 밝아 은하수까지 뚜렷하게 보였다. 그 밤하늘 위로 산단화의 얼굴이 아련히 새겨졌다. 낭자! 부디 살아있으시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오..... .

                        -연재 20회로 이어집니다-

<註>

* 죽렴(竹簾, 대나무 발) * 쇠뇌(노弩, 쇠로 된 발사 장치가 달려 여러 개의 화살을 연달아 쏘게 되어 있는 활) * 배복(陪僕, 시중꾼) * 깍새(슴새)